민주당, 부동산PF '뇌관'에 선제대응 나선다

2023-03-20 10:59:04 게재

너무 빠른 금리인상, '20조원 배드뱅크' 상시화 법안 제안

"부동산PF 잠재부실 악순환 예상, 대규모 위기 대비 필요"

부동산 그림자금융 876조원, 국내총생산의 42% 달해

세계경제가 복합위기 초입에 들어가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배드뱅크(badbank) 기금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붕괴에 대비한 조치다.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전문기관이다. 민주당은 20조원 규모의 안정도약기금을 상시적으로 설치해 지방에서 시작할 수 있는 부동산PF 잠재부실이 금융사 전체를 흔들어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위기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점 | 1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점 모습. 이 은행은 SVB에 이어 위기설이 나오면서 이날 주가가 60% 폭락했다. 쿠퍼티노[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20일 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는 국회의원회관 제9 간담회의실에서 '배드뱅크 설치를 통한 부동산PF 위기 해법 모색 국회 세미나'를 개최한다.

경제위기대응센터 상황실장인 홍성국 의원이 발제를 맡았다. 그는 "가계부채와 함께 금융시장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PF 잠재부실의 현재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기금형 배드뱅크의 역할을 논의할 때"라고 했다.

그는 "금리가 역사상 최저수준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금리상승 속도'에 주목했다.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고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위험도는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3~5년 후에 연체율이 정점에 오른다. 우리나라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한 것은 1년 전이다. 앞으로 연체율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SVB(실리콘밸리은행) CS(크레디트스위스) 퍼스트리퍼블릭뱅크 등 금융사들의 위기가 확산되면서 경제 참여자들의 심리도 불안해지고 있다.

◆부동산금융 2700조, 4년도 안 돼 650조 증가 = 가계부채 폭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신용대출은 위험권에 들어가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금융은 지난해 9월 기준 2696조6000억원이다. 2019년 1월에 비해 649조1000억원이 늘었다. 가계금융에서는 220조5000억원 증가한 1297조6000억원, 기업금융에서는 332조9000억원 확대된 1074조4000억원이다. 부동산펀드, 리츠,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주택저당증권 등 금융투자상품에서는 95조7000억원 증가한 324조6000억원이다.

부동산기업금융은 △부동산관련 건설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인 기업대출 △PF대출 및 유동화증권인 부동산PF △분양보증이나 임대보증금보증 등을 포함한 보증기관의 사업자보증으로 구분되는 데 이중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63조4000억원이다. 은행권이 30조8000억원, 카드사 보험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 비은행권이 85조8000억원을 갖고 있다. PF대출 잔액이 116조6000억원이다. PF유동화증권은 46조8000억원인데 이중 증권사 카드사 건설사의 채무보증이 33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71.3%를 차지하고 있다.

◆고위험 사업장PF 17조200억원 = 향후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고위험 사업장의 PF는 17조2000억원이다. 담보의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아파트 외 사업장이 55조7000억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을 매개로 자금중개나 신용창출 기능을 수행하는 PF대출과 보증, PF유동화증권, 부동산신탁, 부동산펀드 및 특별자산펀드 등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876조원이다. 국내총생산의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4년엔 246억원이었던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방향'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자금중개의 경로가 길고 복잡하며 채권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등과 밀접하며 레버리지가 큰 특징을 가진다"며 "중소형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고위험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취급하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하거나 부동산금융 취급 기관이 부실화되면 금융기관이 연쇄 손실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실물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홍성국 "위기 발생 주기 짧아져" = 홍 의원은 과거와 달리 PF부실이 전 금융권에 펼쳐져 있고 실질만기가 3개월 내외로 단기구조 비중이 확대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동산 PF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PF 잠재부실이 현실화되면 건설사 연쇄 부도, 금융사 연쇄 손실, 신용경색, 시장변동성 확대, 실물경제 침체, 시스템리스크 고착화 등 예측할 수 있는 대규모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추가하락을 막고 비은행 금융기관의 PF 취급 관련 규제방안을 막을 수 있는 간접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민주당이 내놓은 '9대 긴급 민생프로젝트' 중 하나다.

홍 의원은 "위기발생 주기가 짧아지는 점을 고려해 안정적, 상시적으로 재가동할 수 있는 정부 주도 배드뱅크의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미래에 또다른 위기가 발생할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국자산관리공사법을 개정해 20조원 규모의 안정도약기금을 조성하고 상시적으로 기금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과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자체재원과 구조조정기금으로 2008~2011년까지 4년간 460개 PF사업장에서 채권액 11조 1375억원을 인수했다.

이날 종합토론 패널에는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구찬림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실장,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 김태훈 금융위원회 거시금융팀장, 한덕규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지원총괄처장이 참석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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