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고도제한 완화논의 다시 불붙나

2023-03-22 11:22:18 게재

중구 21일 토론회 "불합리 개선해야"

전문가들도 '합리적 상생' 한목소리

"30년 전 만들어진 골격입니다. 높이 제한에 눌려 주민들은 무너져 내리는 시멘트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가 남산 고도제한 완화 논의에 불씨를 지피고 나섰다. 중구는 21일 충무로1가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남산 경관관리의 현황과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주민·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고 22일 밝혔다.
서울 중구가 남산 고도지구 완화를 위한 합리적 방안을 찾기 위해 21일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김길성 구청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현 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종구 제공


남산 고도지구가 지정된 건 1972년이다. 당시 국회의사당 등과 함께 경호를 목적으로 영빈관 주변 다산동 일대 높이규제가 시작됐다. 1995년에는 일제에 의해 훼손된 남산과 일대 본 모습을 회복하는 동시에 경관보호를 위해 중구와 용산구 일부를 고도지구로 지정했다.

2005년에는 층수높이를 4m로 통일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완화할 수 있는 조건을 도입했다. 2014년에는 층수를 폐지하고 높이만 관리하기로 변경했다. 지역별로 최고 고도는 각각 12m와 20m 이하다.

중구에서는 회현동 명동 등 5개 동이 고도지구에 속하고 약 1만5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구에 따르면 고도지구 내 건축물 90%는 준공한지 20년이 지났고 3층 이하 저층이 70%에 달한다. 중구가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배경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이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남산 제모습 찾기 기본계획에 근간해 지정했는데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며 "약수역사거리 일대는 지정 당시부터 얘기됐는데 한번 설정되고 나니 30년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심에 맞는 토지이용이 요구되는 지역이라 높이규제가 불합리하다고 서울시에서 결정한 지역이다. 당시 함께 거론되던 퇴계로 간선변 일대는 지정에서 제외됐다.

목적이 유사한 용도지구가 중복돼 이중 규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남산 고도지구 내 10만㎡ 이상이 자연경관지구다. 각각 '남산과 주변 경관 보호'와 '산지 구릉지 등 자연경관 보존'을 위한 구역이다. 김 구청장은 "2017년 정부에서 토지이용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경관지구와 미관지구를 통폐합한 사례가 있다"며 "고도지구와 자연경관지구 통폐합을 통한 높이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관계획 기준이 되는 조망점도 손볼 필요가 있다. 구에 따르면 남산을 향한 조망점 8곳 중 2곳은 실제 조망이 불가능하다. 약수고가도로가 대표적이다. 2014년 철거됐고 현재 도로에서는 남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 구청장은 "상실된 가치를 지키자는 건 가혹하다"며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자는데 공감했다. 김대성 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는 "광화문 청계천 등 도심에서 남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망 관점에서 높이규제는 불필요하다"며 "인왕산 낙산 등 남산이 잘 보이는 조망점을 발굴해 관광명소로 활용하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혁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발 이후 없어진 조망점 등 실효성이 사라지면 불합리한 규제"라며 "면밀히 파악해 충분히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래세대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구는 이후 전문가 토론회와 고도지구 내 주민과 토지 소유자 등으로 구성된 주민협의체 정기회의를 통해 의견을 다듬어갈 계획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거대한 건축물·아파트를 짓자는게 아니라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다중을 위해 권리를 제한받는 주민들에게는 마땅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 의견과 전문가 견해를 담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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