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한다는 아파트가 인터넷 매물로?

2023-03-23 11:23:41 게재

'허위갱신거절' 집주인 손배 판결 잇따라

실거주 목적으로 임차인의 임대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제3자에게 임대한 집주인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허위로 속여 임차인을 내보낼 경우 집주인은 임대수익 상승분의 대부분을 배상해야 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2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서아람 판사는 임차인 A씨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B씨는 15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6월 경남 창원시에 있는 B씨 소유 아파트를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만원의 조건으로 2년간 임차했다. 계약 만료 3개월 전 A씨는 계약을 기대했지만 B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실거주 의사를 밝혔다. A씨가 계약갱신을 거듭 요청하자 B씨는 "현 월세 50만원보다 70만원 더 많은 120만원을 낸다면 계약연장을 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A씨는 2배 이상 오르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이사를 결심했다. A씨는 이사할 집을 찾던 중 한 인터넷 부동산 소개 사이트에서 이사할 집을 찾는 도중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임대물로 나온 것을 발견했다. A씨가 B씨에 대해 연락하자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A씨는 다른 집을 구해 이사한 뒤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주민등록 전입세대 열람을 해 봤는데 전입신고자는 집주인 B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B씨에게 15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구에 사는 C씨는 2021년 11월 보증금 1억4000만원에 살던 아파트의 계약갱신을 희망했으나, 집주인 D씨는 "아들이 결혼해 이 아파트에 살게 됐다"며 갱신을 거절했다. C씨는 마땅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결국 은행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했다. 살던 아파트를 떠나기 닷새 전 갑자기 D씨가 연락해 "아들이 서울에 직장을 얻어 이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했다"고 말했다. D씨가 새 임차인과 보증금을 4000만원 올려 1억8000만원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D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김정일 판사는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때 임차인이 나가지 않아 명도소송이 진행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지만, 위 사건들처럼 임차인이 아파트를 나간 후 임대인을 상대로 허위갱신거절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없이 임차인을 속이고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갱신거절 당시 당사자간에 손해배상액에 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과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중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법률구조공단 소속 배호창 변호사는 23일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거짓으로 실거주를 주장해 임차인을 내쫓을 경우 임대수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성열 오승완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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