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기후위기는 점이 아닌 공간적 대응이 중요"

2023-03-27 11:04:29 게재

나노-미터 다른 규모 기술 간 동기화로 새로운 혁신 찾아야

"기후위기 대응은 점(point)적 관점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면(area)적, 공간(space)적 대응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기술개발이 진행되면서 점→면→공간에서 작동하는 기술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2004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기후환경연구소 물자원순환연구단장을 거쳤다. 또한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에너지환경기술단장을 역임했다. 논문 152편과 특허 122건을 보유 중이다. 고려대 재료공학 학사학위, 서울대 환경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 사진 이의종


24일 서울 중구 퇴계로 인근에서 만난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세부 이행계획안을 둘러싼 최근 논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불확실성으로 빚어지는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과학기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연구기관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산업 공정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배출량을 제대로 산정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진단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전과정평가(LCA)에서 가장 많이 들어가는 단어가 뭔지 아세요? '만약'(if)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100% 투입된다면' 식의 가정은 논쟁을 계속 일으킬 수밖에 없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장률이 얼마다 식의 전망치를 내리는 것처럼 온실가스 부분에서도 이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장은 국가녹색기술연구소가 '기술-데이터 수집 전송 분석 전문가'(T-DATA Specialist·Technology-Data Acquisi

tion Transfer & Analysis)가 되어 정확한 기술지원을 하는 기관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기술 A가 △이산화탄소 감축 △지구온도 저감 △산업체 환경·사회·투명경영(ESG)에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진단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나아가 A를 어떤 분야에 활용하면 좋을지는 물론 기금 확보 방안 등도 함께 고민을 해주는 구조다.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기술을 선정하고 확산하는 안내자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 소장은 환경 분야 연구개발(R&D) 혁신을 위해서 대상 규모가 다른 기술들 간의 접목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 분야 R&D 혁신방안은 기술과 환경오염 현장의 스케일 동기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한 예로 나노(nano) 스케일의 혁신적 환경 소재와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는 미터(meter) 스케일의 기술을 들 수 있죠. 이는 대표적인 적용 분야의 스케일 차이가 발생하는 사례입니다. 나노 스케일 기술을 미터 스케일 환경 오염 현장에 최적화하는 방안을 찾는 게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장은 기술 혁신을 가져오려면 문제를 좁히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우물만 파도 혁신의 기술을 만들어내기 힘든데 광범위한 접근 방식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구체화 된 해결 방법, 기술이 만들어지면 이와 연계해 협력해야 할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고 생각합니다. '티끌 모아 태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잖아요. 기후위기 대응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태산과 같은 문제에 해당합니다. 태산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티끌부터 시작해야죠. 같은 기후위기 문제에 잘 대응하고(티끌 모아 태산), 티끌과 같은 구슬들이 서말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꿰어내어 사회 시스템 전반에 적용되도록 하는 게 적정한 기술 개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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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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