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현장취재

"공교육 학습데이터 접근 너무 어렵다"

2023-04-05 15:22:01 게재

장상윤 차관, 영국서 국내 에듀테크 업체 간담회 … "데이터 축적되면 엄청난 기반될 수 있어"

세계 최대 에듀테크(교육정보기술) 포럼 'Bett UK 2023(벳쇼 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에 참석 중인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30여개 에듀테크 기업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벳쇼에 참가한 우리 기업을 격려하고 상반기 내 발표 예정인 에듀테크 진흥 방안 수립을 위해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장 차관은 이날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편리하게 에듀테크를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며 "학교장터에 에듀테크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앞으로 에듀테크를 구매할 때 애로사항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에듀테크 기업이 교육 현장을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교육과 연수를 제공할 것"이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도 공유해 교육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형세 한국디지털교육협회장,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을 비롯해 벳쇼에서 직접 부스를 운영하거나 벳쇼를 참관하러 온 30여개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간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3월 3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에듀테크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 김기수 기자


국내 에듀테크 업계들이 기술 발전을 위해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 데이터를 쓰게 해달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공교육 진입 장벽이 영미권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학생 수준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수준별 평가, 학습 경로를 제공하려면 AI에게 학습시킬 데이터가 필요하다. 업체들은 공교육 학습 데이터에 접근하는 게 무척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세 한국디지털교육협회 회장 : 교육사업 23년째 하고 있는데 교육부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벳쇼에 대거 참가했고 태도도 적극적이다. 교육을 산업으로 보고 기업과 상생하려는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조직개편을 하면서 디지털국을 신설했고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에도 나섰다. 디지털 전환시대 교육환경 개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기업이 한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달라.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 : 여러 분야에서 보여주기식 교육을 받다가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는 데서 중요한 것은 실천력이다. 초기에는 불완전하고 불규칙적인데, 이 과정에서 서로가 인내심을 갖고 아끼고 가꿔서 좋은 모양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이호건 이러닝학회장 : 우리는 학생 중심으로 모든 교육을 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학생의 중심을 잡아주는 교사 중심 서비스가 많았다. 시험문제 내고 수업 진행하고 관리하는 것에 대한 기능이 많이 늘었다. 영국에서는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가 창업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우리도 교사 창업 활성화를 고려해야 한다.

■개인 금융 정보보다 데이터에 더 민감

곽덕훈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 : 우리나라에서 벳쇼에 최초로 참석한 사람이다. 벳쇼는 최근에 또 다른 변화를 하고 있는데 바로 기업마인드 도입이다. 영국은 교육을 첨단산업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기업을 상생 파트너로 보지 않고는 발전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공교육에 사교육 기업이 들어가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초석과 기반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조상용 글로브포인트 대표 : 빠르게 학교 장터에 에듀테크 카테고리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보면 제품 보고 많은 피드백을 준다. 국내에서도 학교 교사가 전시회가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피드백 주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품이 너무 좋아서 쓰고 싶어도 사비를 들여 쓰는 교사도 많다. 교사가 제품을 시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면 좋겠다.

장영준 뤼이드 대표 : 이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데이터를 얻어내기가 너무 힘들다. 연구 가치가 있고 공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공교육 현장에 있다.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데이터를 제공해주면 정말 신기한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챗GPT시대에 산업과 공공, 민간과 공공이 협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데이터를 유통시키는 것이다. 훌륭한 AI 연구자 혹은 개발자들이 교육산업에 종사를 할 동기가 너무 부족하다. 데이터가 유통되고 많은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면 인재들이 교육 시장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이것으로 만들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이중훈 메이저맵 대표 : 몇몇 교육청과 협의해보니 우리는 개인 금융 정보보다 학생의 데이터에 더 민감해 한다.

신인순 천재교육 전무 : 천재교육 '밀크티' 부문 최고콘텐츠책임자(CCO)를 맡고 있다. 벳쇼는 코로나19 직전에 참석하고 이번에 두번째인데 너무 좋은 것은 교사와 학생이 축제처럼 참가한다는 것이다. 기초학력 평가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데이터 접속이 가능하게 했으면 좋겠다. 교육부가 학생 개별 맞춤형 학습을 위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교육의 인력만으로는 진단 학습 평가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기초학력 평가 결과를 갖고 있다면 적극적인 수준별 진단이 가능하다.

■벳쇼 트랜드는 체험형 학습

조기성 서울계성초등학교 교사 : 이틀간 벳쇼 둘러보면서 에듀테크 분야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데이터를 쌓아 분석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거 같다. 학교에서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보안 분야도 부상하고 있어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홍미정 KT융합기술원 상무 : 시도교육청과 플랫폼을 만들 때 17개 시도교육청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격차가 생긴다. 영국은 4개 지역으로 구성된 연합국가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체계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변화가 심하고 학생들이 실험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박용규 마르시스에듀 대표 : 유아 코딩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노래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코딩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코딩 교육의 중점이 돼야 한다. 벳쇼의 트랜드는 교재를 미리 선정하지 않고 교사들이 많은 교재를 써보도록 돕는 체험형 학습이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좋은 교재를 자유롭게 써볼 수 있도록 학교에 보급하는 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

이대현 인튜브 대표 : 교육부 정책이 갑작스럽게 나오고 바뀌면 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 그러면 외국 제품의 기술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이 국내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충분히 기술력이 있고 실력도 있다. 우리 기업들이 준비할 시간을 조금만 주면 기술력 서비스 콘텐츠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사회부처 데이터 개방 부작용에 민감

황상원 럭스로보 교육사업부 부문장 : 로봇대회에서 우승한 엔지니어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이다. 특허만 40여개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교육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게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섯번째 벳쇼에 참석 중인데 해외 구매자 관심도 높고 선생님들도 너무 좋아한다. 어려움도 많지만 코로나 이후에 회복 추세이다.

최삼락 웅진씽크빅 상무 : 국내 사업을 안착시켜나가면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보려 한다. 국내에서 성공했던 'AR피디아'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본격 공략 중인데 신생아 수준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대기업 수준이지만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때는 브랜드나 실제 활용처 등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았다. 글로벌 지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주길 바란다.

허우건 비상교육 CP : 한국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고 책임있는 파트너가 옆에 있다면 바로 돋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공교육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이미 해외를 경험한 교육업계는 모두 알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 : 데이터를 개방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경제부처보다 사회부처는 굉장히 민감해한다. 부작용이 생길 때 얼마나 힘들 지 몸소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개혁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능 데이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데이터가 축적되고 누적되면 에듀테크에게는 엄청난 기반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변화할 때가 된 거 같다. 그리고 변화해야 할 상황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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