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년 내 나트륨배터리 95% 점유

2023-04-17 10:54:36 게재

리튬배터리보다 저렴하고 내구성 좋아 … CATL 등 올해 양산 돌입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안으로 꼽히는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을 주도하는 중국이 향후 2년 내 나트륨배터리 시장의 95%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3일 "현재 전세계에서 계획중이거나 건설중인 나트륨배터리 공장 20곳 중 16곳이 중국에 있다"며 "2년 후 중국이 전세계 나트륨배터리 생산능력의 95%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는 리튬을 소재로 만든다. 리튬배터리 발전으로 휴대폰과 첨단 가전제품이 등장할 수 있었다. 리튬배터리는 자동차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후변화 대처에 중요한 태양광패널과 풍력터빈 부문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중국은 리튬 대신 훨씬 저렴하고 풍부한 소재인 나트륨을 사용해 차세대 배터리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입지를 다지고 있다.
중국 푸젠성 닝더시에 있는 닝더스다이(CATL) 본사와 공장 전경. 사진 신화통신=연합뉴스


나트륨은 리튬 가격의 1~3%에 불과하지만 화학적으로 리튬과 매우 유사하다. 최근 획기적인 기술 발전으로 나트륨배터리를 수년 동안 매일 충전할 수 있게 되면서 리튬배터리의 주요 장점을 따라잡고 있다. 나트륨배터리의 에너지 저장 용량도 늘었다.

리튬배터리와 대별되는 가장 큰 장점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충전량을 거의 100% 가깝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리튬배터리와 달리 최신 나트륨배터리는 주로 아프리카에서 채굴되는 광물인 코발트, 인도네시아나 러시아 필리핀 등에서 채굴되는 니켈 같은 희소성 높은 재료를 쓰지 않는다.

차세대 배터리 특허 단연 앞서

중국은 글로벌 배터리 특허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달 초 닛케이아시아가 미쓰이물산 전략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0년간 포스트 리튬배터리와 관련된 특허를 국가별로 집계한 결과, 중국이 전체 특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지난해 12월 기준 나트륨배터리 등 유효특허는 9862건으로 지난 10년간 12배 늘었다"며 "특허를 보유한 기업과 연구소를 국가별 집계한 결과 중국이 5486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일본(1192건)과 미국(719건), 한국(595건), 프랑스(128건)가 뒤를 이었다.

기관별 특허 순위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과학원(CAS)과 닝더스다이(CATL) 등 중국 기관이 상위 10위 안에 7개였다. 특허 건수뿐 아니라 품질에서도 앞섰다. 특허 인용횟수 등의 요소를 고려한 렉시스넥시스 지수에서 중국은 4930점으로 1위였다. 2위는 2630점을 받은 미국이, 3위는 2260점의 일본이었다.

닛케이는 "중국은 특히 나트륨배터리에서 강점을 보인다. 나트륨배터리는 미래 가전제품에서 리튬배터리의 현재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트륨배터리 관련 특허의 경우, 중국의 전체 지수는 지난 10년간 109배 증가해 미국과 일본보다 2~3배 많았다"며 "나트륨은 풍부한 자원이며 리튬과 같은 희소한 재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리튬배터리보다 용량은 낮지만 가격은 60~70% 저렴하다"고 전했다.

중국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까지 진행되는 '제14차 에너지분야 과학기술혁신 5개년계획'에는 나트륨배터리 연구에 집중해 전력망 수요에 대처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력망 부문에서 큰 기대

중국 나트륨배터리 개발의 중심은 내륙 후난성 창사다. 이곳에서 수천명의 화학자와 엔지니어, 노동자들이 배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NYT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마이크로칩을 개발한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산실이었던 것처럼, 창사에 있는 국립 중난대학교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발전시키는 졸업생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난대 졸업생들은 세계 최대 화학 제조업체인 독일 '바스프'(BASF) 등의 기업들이 운영하는 인근 연구소들에 취직해 나트륨배터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소 근처엔 세계 최초의 대형 나트륨배터리 화학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배터리기업들은 리튬 배터리셀을 만드는 장비를 활용해 나트륨배터리셀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CATL은 나트륨셀과 리튬셀을 단일 전기자동차 배터리팩에 사용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나트륨셀의 저렴한 비용과 내후성, 리튬셀의 확장범위를 결합할 수 있다는 의미다. CATL은 이같은 혼합 배터리팩을 올해 양산할 계획이다.

CATL 연구소 부소장 황치센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트륨배터리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CATL은 최근 푸젠성 닝더에 최초의 대규모 나트륨배터리 조립라인을 구축했다.

다국적 기업들도 나트륨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그룹의 최고경영자 마이크 헨리는 "나트륨이 리튬 수요를 낮출 것"이라며 "특정 분야의 배터리에서 나트륨이 리튬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트륨을 배터리에 쓰기 위한 연구는 1970년대 본격화됐다. 당시 연구는 미국이 주도했다. 일본 연구자들은 십여년 전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현재 이 기술의 상용화를 주도하는 건 중국 기업들이다.

18일부터 열리는 상하이모터쇼에서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소형 전기차에 나트륨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트륨배터리의 가장 유망한 용도는 전기를 전송하는 전선 및 송전탑 네트워크인 전력망이다. 전력망 배터리는 특히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테슬라는 지난주 상하이에 '메가팩'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메가팩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의미한다. 나트륨배터리가 동일한 전하를 유지하려면 리튬배터리보다 커야 한다. 공간이 제한된 자동차에는 문제가 되지만 전력망 에너지 저장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튬에서 나트륨배터리로 전환하는 전력 공급업체는 태양광패널이나 풍력터빈 근처에 2배 정도 큰 규모의 배터리를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전세계 전력회사들이 태양열과 풍력 등 기후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저장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태양이 비치고 바람이 부는 동안 에너지를 저장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산둥성의 경우 수요가 치솟는 초저녁의 전기료가 공급이 압도적인 한낮의 전기료보다 최대 20배 정도 비싸다. 발전기업들은 신재생 전기를 더 많은 시간대에 배분하기 위해 리튬배터리를 활용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중국창장싼샤그룹 등 일부 전력기업들은 나트륨배터리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중국 태양광산업 컨설턴트인 프랭크 하우그위츠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새로 건설되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단지에 생산전기의 10~20%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저우 등 도시들의 전기자동차 충전소에 미니밴 크기의 리튬배터리를 설치·운영중인 CATL은 이를 나트륨배터리로 전환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나트륨 공급원 등은 도전과제

중국이 나트륨배터리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도전과제도 만만찮다. 우선 나트륨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나트륨의 주요 공급원인 소다회(경회)는 미국이 전세계 채굴가능 매장량의 90% 이상을 갖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 남서부 사막 깊숙한 곳에 5000만년 전 형성된 광대한 소다회가 매장돼 있다. 이곳의 소다회는 오래 전부터 미국 유리제조 산업에 쓰이고 있다.

소다회 매장량이 적은 데다 미국산 수입을 꺼리는 중국은 화학공장에서 합성소다회를 생산한다. 하지만 중국 합성소다회 업계는 환경오염 등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2016년 중국 중동부에서 합성소다회를 만들고 난 뒤 나오는 찌꺼기인 알칼리광재 더미가 무너져 인근 강을 크게 오염시켰다.

나트륨배터리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은 리튬 가격이 계속 비싸게 유지될 것이냐다. 리튬 가격은 2017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배 올랐지만 이후1/ 3로 급감했다.

나트륨배터리 내구성에 대한 불안도 있다. 컨설팅기업 '랜타우 그룹'의 데이비드 피시먼은 "전력기업들은 실험실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 수년에 걸쳐 이용될 나트륨배터리의 성능을 알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트륨배터리에 대한 기대는 계속 커지고 있다.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리튬이 계속 지배적인 배터리 소재로 남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BHP의 헨리 CEO는 "나트륨의 역할이 있다"며 "중국이 나트륨배터리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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