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공사비 부풀린 삼성 임직원 기소
2023-04-19 11:08:21 게재
설계회사와 공모, 의혹제기 4년만
검찰 "손해 만회 목적, 국고 편취"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4부(조만래 부장검사)는 18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 건설에 157억원가량 공사비를 부풀려 국고를 편취한 혐의로 삼성물산과 설계감리회사 전현직 임직원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시공사 삼성물산 현 고문인 A씨와 부장 B씨, 전 차장 C씨, 현 차장 D씨 등 4명은 설계감리회사 전현직 직원 4명과 공모해 가거도 방파제 공사비용 190억원을 347억원으로 부풀려 157억원의 국가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물산측은 태풍피해를 입은 가거도항 복구공사를 하면서 1차 공사인 방파제 신설 사업 때 발생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2차 공사인 연약지반 개량공사 예산을 부풀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수사 결과 삼성물산은 2차 공사만을 위한 별도의 TF팀을 조직해 설계회사와 합동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기획재정부가 배정한 예산에 맞추어 공사금액을 증액해 설계서를 작성하도록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삼성물산 등 4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내부 회의록, 기밀문서, 이면계약서 등을 확보해 피고인들의 사전 공모와 구체적인 범행 수법 등을 규명했다"며 "관련법상 감리사에 포괄적인 감독 위임이 가능해 시공사와 감리사가 유착해서 설계 등을 조작하면 발주청은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곤란한 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회사는 작업일수 조작, 법령상 공사 종류·난이도 등에 따른 공사비 산출기준 허위 적용, 허위견적서 제출 등을 통해 실제로는 143억원의 공사비만을 지출하고도 347억원을 목포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한 긴급 사업으로 가거도항 방파제 건설에 해양수산부가 1189억원을 편성해 2013년 3월 공사가 시작되면서 발생했다.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은 공사 시작과 동시에 항구 주변에 연약지반을 발견하고 지반보강 공사비 등을 추가로 투여하면서 총공사비가 2051억원으로 증가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4월 공사비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KBS가 제기하면서 관련 수사도 시작됐다.
해양경찰청으로부터 2020년 8월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이 사건과 별개로 방파제 시공과정에서 설계와 감리를 담당했던 감리단장이 4100만원을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하고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 감리단장은 지난해 5월 대법원 상고기각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5000만원 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수사가 답보 상태이던 지난 해 7월 수사팀을 재구성한 검찰은 삼성물산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같은해 12월과 올해 2월 삼성물산과 감리회사 임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확보된 자료로 규명된 사실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를 계획적으로 인멸한 염려가 있거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삼성물산측은 이번 기소와 관련 "재판이 진행될 예정으로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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