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전편 1

"산림생태계 탄소흡수량 산정체계 개선 필요"

2023-04-24 10:48:31 게재

IPCC 기준에 맞는 시군구 산림활용 통계 구축 시급 … 생물다양성 고려한 전주기적 관리 정책 고민해야

논란은 계속되지만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세부 이행 계획은 수립됐고 이젠 실전이다. 하지만 목표 실현을 위한 가장 기초 단계인 통계부터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구경아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장은 "국내에서는 다양한 산림과 해양생태계의 탄소흡수량에 대한 활동 및 국가통계자료가 부족하다"며 "현존하는 자료도 부문별로 추정 값이 흩어져 있어 육상과 해양생태계를 망라하는 국내 총탄소흡수량과 지방자치단체별 탄소흡수량 현황·추이 분석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달성은 △배출량 자체 감축과 △흡수원 확대를 통한 흡수량 및 저장량 증가 등으로 이뤄질 수 있다. 환경과 자원의 연례 리뷰 저널에 실린 '지상파 탄소 흡수원' 논문(Keenan and Williams, 2018)에 따르면 전지구적으로 인간에 의해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지난 10년 동안(2007~2016년) 연간 약 10.69PgC(페타그램 탄소, 1Pg=10억톤)다. 이 중 육상과 해양생태계에 저장되는 탄소량은 약 5.97PgC로 연간 56%의 탄소가 생태계에 저장되는 걸로 추정했다. 해외 많은 국가들이 자연을 활용한 탄소중립 달성 방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문별 추정 값 아닌 시공간 변화 반영 = 구 실장은 "산림생태계의 탄소흡수량 산정을 위한 활동 면적 및 산정계수는 Approach 1(국가 전체 비공간 자료) 및 티어(Tier) 2(국가 고유계수 적용)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Approach 3(토지이용별 시공간 변화 자료) 및 Tier 3(시공간 단위 계수 적용)으로 나아가기 위한 산림생태계 탄소흡수량 산정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ier 1~4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할 때 산정 수준의 복잡성 정도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더 복잡해진다.

산림생태계 탄소흡수량 산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군구 단위의 기초 통계부터 제대로 잡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국제적으로 관리되는 숲에 대해서만 온실가스 흡수량을 인정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 데 우리나라는 부족한 상황이다.

시군구 단위 산림통계가 필요하지만 관련 자료가 부족해 현실을 반영한 산림통계 산출이 어렵다. 국가단위 통계 산출을 목적으로 계획된 국가산림자원조사(National Forest Inventory, NFI) 자료를 이용해 시군구 통계를 산출하는 식이어서 오차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일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기에 산림에 나타나는 변화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나타낼 수 있는 기본 통계가 필수"라며 "국유림과 달리 시군 단위의 공·사유림의 경우 시공간 산림 관리 이력이 국가통계와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산림탄소흡수원의 자료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산림청 관계자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련 법안이 지난해 12월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임종성 유의동 한정애 의원 등은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하여금 탄소흡수원 정보 및 통계 작성 등에 필요한 자료를 산림청장에게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구 실장은 "산림생태계 탄소흡수량 산정을 위해서는 고도화된 측정계수 등 못지않게 전주기적인 산림 순환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잘린 나무가 어떻게 순환돼서 얼마나 살다 가는지를 알아야 대기 중에 탄소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 수 있는데 우리 수준에서는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산림생태계와 더불어 해양 분야 역시 탄소흡수량 산정 체계를 좀 더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전라남도 고흥군 고흥갯벌. 사진 해양수산부 연합뉴스 제공


◆탄소중립 주요 자원인 산림면적 감소 =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우리나라는 2030 NDC를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6.3% 감축한다는 기존 목표에서 23.7% 상향 조정한 40.0%로 목표를 수정했다. 도전적인 과제로 기간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탄소저장고인 산림생태계(국내 배출 탄소 중 7% 저장)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주요 자원이다. 산림생태계는 육상생태계 내 지상부 탄소축적량의 약 90%, 지하부 탄소축적량의 40%를 차지한다. 또한 지구에서 육지와 대기 사이의 탄소순환이 해양과 대기 간 탄소순환보다 크므로 산림생태계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억제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도 국토의 저탄소화를 강조하면서 산림·습지의 탄소흡수원 확충 계획을 담았다. △산림순환경영·목재 이용을 확대해 흡수·저장 기능 증진 △ 핵심 산림생태축 복원 및 보호지역 확대 △2050년까지 도시숲 1만7000ha 추가 조성 등이다.

하지만 정작 산림 면적은 줄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통한 생태계 탄소흡수원 확대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산림 면적(침엽수림 활엽수림 혼효림)은 598만4523ha로, 지난 10년간 2.9% 줄었다. 전체 산림 면적은 줄었지만 활엽수림 면적은 늘었다. 침엽수림 면적은 231만9832ha로 2010년 대비 10.1% 감소했다. 활엽수림 면적은 200만2150ha로 2010년 대비 16.5% 증가했다. 혼효림 면적은 166만2541ha로, 2010년 대비 10.9% 줄었다.

덩달아 산림생태계의 탄소흡수량도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산림생태계의 탄소흡수량은 6.6% 줄었다. 2010년 56.4×106톤CO₂/yr(연간 이산화탄소 환산톤), 2015년 55.1×106톤CO₂/yr, 2020년 52.6×106톤CO₂/yr 등이다. 게다가 산림생태계의 탄소흡수 변화율은 2010~2015년 -1.7%, 2015~2020년 -5.0%로 탄소흡수 감소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태계 기반 탄소흡수원 연계책 필요 = IPCC는 지난 3월 2100년에는 지구 표면 온도가 최대 4.4℃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표 온도가 1850~1900년과 비교했을 때 2011~2020년 1.1℃ 상승했다.

지표 온도가 올라갈 경우 폭우나 가뭄 등 기후재난이 빈번해지고 생물들의 서식지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질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많은 국가들이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NDC를 제출한 100여개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제시했다.

자연기반해법은 자연·생태계 본연의 회복력을 바탕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방식이다. 자연·생태계의 탄소흡수원 기능을 유지 보전 향상시킴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또한 IPCC 제3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임업과 기타 토지 이용(AFOLU) 부문에서 자연기반해법으로 2020~2050년까지 매년 경제적으로 온실가스 8~16GtCO₂e(이산화탄소 환산 기가톤·10억톤)를 줄일 수 있다. 이는 2050년까지 기온상승 1.5℃ 또는 2℃를 막기 위해 줄여야 하는 전세계 온실가스의 20~30%에 해당하는 양이다.

구 실장은 "정주지(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사는 도시나 지역) 해양 등과 비교했을 때 산림생태계 탄소흡수량 산정은 상대적으로 잘 되어있는 편이지만 목재 가치에만 집중하다보면 수종 위주의 데이터들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생물다양성 측면을 고려한 산림탄소흡수량이나 저장량 통계 체계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림에 존재하는 다양한 계층과 식생은 물론 토양의 중요성을 좀 더 강조해서 탄소흡수량이나 저장량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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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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