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준비한 은혼식으로 인생 2막 설계

2023-05-02 10:41:08 게재

성동구 50플러스센터 1주년 기념

배움터에서 성장한 주민들 뜻모아

"여기가 제가 전통매듭 가르치는 강의실이에요. 오늘은 신부 대기실로 쓰고 있어요."
성동구가 50플러스센터 개관 1주년을 기념해 특별한 잔치를 준비했다. 지난달 28일 결혼 25주년 이상을 맞은 50플러스세대 두쌍을 위한 은혼식을 열었다.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성동50플러스센터. 결혼 35년만에 다시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용심(58) 강사는 "15년 뒤에 금혼식까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가 50플러스센터를 찾을 때 매니저 겸 보조강사를 하는 남편 최성덕(63)씨 역시 "새롭게 마음을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성동50플러스센터가 예식장으로 깜짝 변신했다. 강사와 학생이 만나는 교실 두곳은 신부 대기실이 됐고 복도는 부부가 함께 걸으며 미래를 다지는 행사장으로 바뀌었다. 공유부엌은 축하객들이 음식과 정을 나누는 피로연장으로 제격이다.

지난해 4월 29일 문을 연 성동50플러스센터가 특별한 돌잔치를 준비했다. '은혼식, 다시 둘이서'다. 결혼 25주년을 맞이한 부부가 기념일을 챙기며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다짐하듯 인생 2모작을 조명해보자는 취지다. 센터 주 이용자가 결혼 25~30년 정도 연령층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구 관계자는 "직업에 의한 관계가 단절되는 시기"라며 "이웃과 함께 하는 인생 2모작을 준비해보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센터 생일이지만 외양만 그럴듯한 행사를 치르기보다 당사자들에게 의미가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3월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결혼 25주년 이상 50플러스세대 부부'를 공개모집했다. 총 5쌍이 응모했는데 그 중 두쌍이 최종 낙점됐다. 결혼 35년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준비하겠다는 이용심 강사 부부와 20대 초반에 결혼해 지금껏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25주년을 맞은 황 모(48)씨 부부다.

은혼식 준비부터 진행까지 이웃이 도맡아 더 의미가 있다. 센터에서 각종 강의를 들으며 봉사단을 꾸려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 주민들이다. 두쌍을 소개하는 영상부터 현장에서 생중계하는 영상, 행사장 장식과 축하 공연, 피로연 음식과 하객을 위한 기념품까지다. 구 관계자는 "통상 배우고 나면 끝인데 성동50플러스센터는 개관부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에서 오래 활동할 자산을 남기는데 중점을 두었다"며 "현재 16개 봉사단이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매달 한차례 지역사회 활동가와 봉사단이 회의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 각자 역할이 결정된다. 덕분에 은혼식에서도 여느 결혼식처럼 부부가 한껏 조명받을 수 있었다. 준비·진행 겸 축하객으로 참여한 이웃들 역시 웃음과 환호, 감동과 눈물로 두쌍을 응원했다. 25년만에 결혼식을 올린 황씨는 "평소 교육받던 곳이 달라져서 놀랍고 너무 정성스럽게 준비해줘 감사하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생애설계 소개·지원활동으로 갚고 싶다"고 전했다.

이웃이 함께 준비한 은혼식을 지역사회가 또한번 공유하게 됐다. 이날 은혼식을 올린 부부가 감사의 뜻을 전하며 5월 봉사단 모임때 간식을 쏘기로 했다. 성동구는 50플러스센터를 통해 이같은 선순환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개관 1년만에 220개 인생2모작 프로그램에 참여한 4800여명 주민들이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세대통합형 보람일자리 50명을 선발해 일손이 부족한 지역 내 각 기관을 지원하고 중장년 강사를 양성해 파견하기도 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각자 인생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장년 세대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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