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조마조마한 미국발 금융불안, 더 불안한 한국경제

2023-05-03 11:36:00 게재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

5월 4일(한국시간) 열릴 예정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향후 언제 긴축이 완화될지에 대해 금융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한풀 꺾인 것 같다. 그렇다면 신용경색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걱정이 옮겨 갔음을 의미할 텐데, 은행들의 연쇄도산이 신용경색으로 관심이 옮겨간 결정적 계기라고 생각한다.

사태 추이를 언론을 통해서 볼 뿐이라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JP모건체이스가 퍼스트리퍼브릭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미국 금융당국이 뭔가 긴박하게 개입하고 움직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지시간으로 1일 새벽에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부(DFPI)가 매각 사실을 밝혔다.

새벽에 발표하게 된 것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붙었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바로 "은행시스템이 안정적이며 은행위기가 마무리되어 간다"는 내용의 낙관적인 성명을 내놓았다.

그런데 예금보험공사(FDIC)가 중간에서 먼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폐쇄하고 자산을 동결한 이후 JP모건에게 매각하는 형식을 취했다. 더구나 언론에 따르면 미국내 예금의 10% 이상을 보유한 은행이 다른 은행을 인수하지 못하게 하는 관련 법규에 예외까지 만들어가면서 진행했다. 뒤이어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위험 널려 있어

실버게이트부터 따지면 벌써 4번째 은행이 문을 닫았다. 현지시간으로 그 바로 전날 워런 버핏과 벅셔해서웨이를 공동 경영하는 찰리 멍거 부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나쁜 대출이 은행들에 가득 차 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여기서 말하는 나쁜 대출은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을 말하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은행들이 위기에 몰릴 또 다른 위험을 지적한 것이고, 명시적으로 금융위기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2022년 말 기준으로 상업용 모기지 대출의 규모는 5조5000억달러에서 6조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70% 정도를 중소규모의 은행들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연쇄적으로 폐쇄된 딱 그 정도 규모의 은행들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미 은행들의 자체적인 대출 축소가 일어나고 있으므로 FOMC가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실리콘밸리뱅크 폐쇄 이후 은행들이 급하게 대출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은행예금은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5%에 이르고 있으므로 위험이 낮은 단기 금융시장의 상품들(예를 들면 MMF)의 금리도 그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으로부터 예금이 빠져 나올 여건이 이미 만들어졌다는 얘기이고, 여기에 은행들의 연쇄도산이 기름에 불을 부어 급격한 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동방향은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작년 말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에서 은행으로 급격한 자금이동이 일어나서 금융당국이 직접 은행의 예금금리에 개입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리인상은 부동산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임대료의 현재가치를 낮추고, 경기침체로 공실률이 높아질 테니 미래임대료 수입 자체를 낮춘다. 즉 상업용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이중으로 떨어지게 된다.

대출해준 은행과 저금리시기에 과다한 차입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지는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문제가 남의 나라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으로 설정된 해외부동산 펀드 규모가 7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상업용 부동산 쪽 대체투자를 늘려 온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은 괜찮은지 신경이 쓰인다.

한국은 실물 부문 위험도 만만치 않아

부동산 쪽 집단사기와 주식 쪽 주가조작까지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상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가계신용 위험지표는 2003년 카드사태 이후 20년 만에 가장 위험한 수준을 보여주며, 저축은행 연체율이 7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는 보도도 있다. 법인 기업의 파산건수가 전년 대비 50% 늘었다는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여러번 반복했던 원리금 연기조치에 가려져 있던 부실이 슬그머니 삐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은 그래도 실물투자나 고용시장 등 실물부문의 조건은 아직 양호해 보인다. 한국은 수출 투자 무역수지 등 실물쪽 위험도 만만치 않다. 그것이 지금 높은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주고 적합한 조치들을 취해서 잘 관리하고 있다고 홍보라도 해주면 덜 불안하겠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