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답방, 오염수 '뜨거운 감자'
2023-05-04 11:24:16 게재
일본 국내 사정 상 '과거사 사과' 가능성 낮아
아키바 일 안보국장 방한 … 경제안보 논의
한국정부로서는 강제동원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즉각적 태도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오염수 현안에서 일본으로부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성의를 받아내야 국내여론 진화 및 한미일 결속 주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한국정부가 방출을 강경 반대하거나 사실상 묵인한다면 한일 신뢰 약화 및 국내여론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본정부로서는 이달 하반기 예정된 히로시마 G7에서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저항을 죄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계획에 대한 안전성 검증조사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링과는 별도로 한일 양국이 독자 실시하는 방안을 일본 쪽과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AEA는 일본 오염수 처분 계획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TF에는 한국을 포함한 11개 국적 전문가와 IAEA 사무국 직원 등이 참여 중이지만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일찌감치 일본에 지지의사를 표명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4일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뭐든 해야 한다"며 "일본 주장처럼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모색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측이 바라는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사과는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일본 여권의 상황을 보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아니겠느냐"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치고 들어온 기시다 총리가 뭘 하겠다는 건지 담담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회담을 갖고 한미·한미일 대북 공조 등을 논의했다.
아키바 안보국장은 오는 7∼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양측은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국제사회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대통령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대통령실은 "양측은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 제재 시행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 등 단합된 대북 대응 과정에서 한일·한미일이 더욱 긴밀히 공조하는 데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도 긴밀히 공조키로 했다.
양측은 한일 양국의 자체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 과정에서도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해나가자고 했으며, 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자고 언급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안보·경제·사회문화·인적 교류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의 협력도 계속해서 구체화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조 실장과 아키바 국장은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합의한 NSC(국가안보실·국가안전보장국) 경제안보대화 출범 회의도 주관했다.
이날 회의에는 공급망 안정과 회복력 제고, 핵심·신흥 기술,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등이 주제로 논의됐다.
양국은 향후 공동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경제안보 분야 협력을 심화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한편, 아키바 국장은 최근 무력 충돌 사태가 벌어진 아프리카 수단에 거주하던 일본인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한국군이 도움을 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아키바 국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접견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 개선을 주도한 윤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아키바 국장을 통해 전달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