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보수 무슬림단체의 힘
2023-05-19 10:43:06 게재
U-20월드컵 개최 막고
콜드플레이 공연 반대
노벨 사무총장은 "그들이 이곳에서 공연하는 것을 놔둔다는 것은 성소수자·무신론자 운동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둔 만큼 국가 통합을 위해 콘서트를 취소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첫 인도네시아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콜드플레이는 그들의 음악뿐 아니라 성소수자 권리를 비롯해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PA212'는 지난 3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U-20 월드컵을 앞두고 시위를 열고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하면 이들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반대로 인해 결국 FIFA는 인도네시아의 U-20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했다. 이번에 PA212가 콜드플레이 공연을 반대하면서 행사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자카르타 경찰은 공연을 안전하게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PA212에 행사를 망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내년 2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수 이슬람 단체들이 저항을 펼친다면 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보수 무슬림단체의 반대로 대형 행사가 취소되거나 취소될 뻔한 경우는 모두 5차례나 된다. 지난 2012년 6월 3일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본 디스 웨이 볼' 투어 일환으로 자카르타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강경파 이슬람수호전선(FPI)과 같은 몇몇 이슬람 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고, 이들은 무력으로 콘서트를 중단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이들은 그녀가 동성애, 음란물, 사탄주의를 조장하는 '악마의 메신저'라고 비난했고, 경찰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공연 허가를 거부했다. 결국 콘서트는 취소됐다.
2013년 9월에는 미스 월드 미인대회 결승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무슬림단체는 이 행사가 여성을 착취하고 대상화한다고 항의해 개최지가 보고르에서 발리로 옮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카르타에서 집회를 연 시위대는 대회를 취소하거나 다른 나라로 옮길 것을 요구했고, 주최 측은 비키니 라운드를 폐지하는 등 시위대를 달래려 노력했지만 그날 밤까지 시위는 계속됐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일본의 성인영화 배우 마리아 오자와(일명 미야비)와 함께 하는 갈라 디너가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수단체들이 부도덕하고 음란한 손님을 초대했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했고 결국 주최 측은 행사를 취소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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