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집권연장 가능성 커져

2023-05-23 10:37:26 게재

튀르키예 대선, 3위 오안 후보가 지지 선언 … 결선 득표 연결될지 미지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를 며칠 앞두고 1차 투표에서 3위를 했던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지지를 공식선언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에 못 미치는 1위를 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5%대 지지를 얻은 3위 후보의 지지를 받게 되면서 재집권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AP, 타스 통신,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등 외신에 따르면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는 이날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결선투표에서 인민동맹의 에르도안 후보를 지지한다. 나의 지지자들에게 그를 지지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오안 대표의 발표가 있은 후 에르도안과 결선에서 맞붙을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누가 이 아름다운 조국의 편이고 누가 이 아름다운 조국을 배신하는 자의 편인지는 분명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19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겸 국민연합 대선 후보(오른쪽)가 시난 오안 전 ATA 연합 대선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오안 대표는 지난 19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스탄불에서 1시간가량 회동했지만 당시에는 아무런 발표가 없었다. 회동을 앞두고 오안 대표는 쿠르드족 분리독립 투쟁에 대한 무관용과 난민 송환을 요구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그런 식으로 협상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이 킹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말해 거절의사를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서는 단독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2% 득표율을 얻어 44.88%를 득표한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비록 과반 득표에 실패했지만 선거 초반에는 50%를 훨씬 상회하는 선두를 유지하기도 했다. 1, 2위 후보는 오는 28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극우 반이민 성향인 승리당 소속 오안 대표는 1차 투표에서 5.17%라는 '깜짝' 득표로 3위를 차지하면서 이번 대선의 '킹메이커'를 자임했다.

오안은 1차 투표 뒤 언론인터뷰를 통해 "결선투표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하기 위해 양쪽 정치권 인사와 협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킹메이커를 자임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대선에서 친 쿠르드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지지를 얻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뒤늦게 쿠르드족과의 평화협상을 배제하는 한편 난민 송환을 공약하며 민족주의 세력에 구애했지만 오안 대표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반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안 대표의 요구사항에 대해 수용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지지선언을 얻어내 한층 더 승기를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지난 1차 투표 때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주도하는 인민동맹이 전체 600석 중 323석이라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도 여소야대 정국을 원치 않는 유권자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안 대표 지지층이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1차 투표에서 비록 오안 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를 했지만 이는 오안 대표에 대한 실제 지지라기보다는 20년 장기집권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모두에 대해 불만인 사실상의 무당층 투표가 쏠린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안 대표를 찍었던 표심이 결선투표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신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고 아예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여기에 오안 대표 소속 승리당이 결선투표를 앞두고 아직 지지 후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것도 변수라고 AP는 덧붙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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