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방송법·노란봉투법 헌재 심판 청구
2023-05-31 10:40:53 게재
거부권 명분 쌓기 … '필리버스터'로 존재감도 부각
통상적으로 사법부는 입법부 결정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큰 영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여당 입장에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앞서 명분을 쌓되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한 야당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해 정치적 부담을 주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여당은 특히 두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올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거부권에만 의지하지 않는 여당의 존재감도 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이 법사위로 올라온 후 정상적인 심사과정을 거치고 있었는데, 환노위에서 해당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 안건을 처리해 법사위원들의 법률안 심사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자 국회 법사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법사위가 노란봉투법에 대해 심사를 두 차례 진행했다"면서 "야당의 법사위 패싱은 국회법을 뛰어넘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방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에 대해서도 헌재에 같은 내용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처럼 여당이 잇따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데에는 야당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전 성격이 크다. 국회법 상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온 후 이유 없이 60일 이상 지나야 소관 상임위가 본회의 직회부를 요청할 수 있는데, 법사위에선 정상적인 심사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헌재가 어느 정도까지 국회 절차에 개입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부 문제라도 지적한다면 야당에게 압박을 주는 동시에 국민 여론전에도 유리해질 수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명분도 자동적으로 쌓이게 된다.
여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3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에 대해선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 방송법이나 노란봉투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한다면 그 자체로도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여러 번 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거부권에만 의존하는 여당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