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보다 더 공격적인 집권여당 … '득점'에 보탬될까

2023-06-07 11:12:05 게재

민주당·선관위·시민단체·노조·언론 '네 편' 겨냥 총공세

총선 앞두고 '펀가르기' 전략 … 당 지지율 '훈풍' 감지 안돼

통상 야당은 공세적이고 여당은 방어적이기 마련이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안정성에 무게를 두기 십상이고, 야당은 불안정성을 부각해 국정심판론을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 모습은 다르다. 국민의힘이 훨씬 공세적이다. 국정현안을 놓고 야당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공세에 나선다. 야당은 상대적으로 수세적이다. 공격적인 여당의 모습이 당 지지율에도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 |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 회의에서 하태경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권칠승 사퇴·징계 나서야" = 7일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선거관리위원회, 시민단체, 노조, 언론을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퍼붓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를 항의방문한다.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선관위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3일에 이은 두번째 항의방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의원총회를 열어 '선관위원 전원 사퇴' '감사원 감사 수용'을 요구했다. 선관위와 민주당을 같은 편으로 묶어 비판하기도 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선관위와 손발을 맞춰 채용 비리 발본색원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겨냥해서는 '이래경 인선'과 '권칠승 발언'을 소재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인선됐지만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으로 9시간만에 사퇴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래경 인선'을 비판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향해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7일 "막말과 궤변으로 천안함 용사와 유가족, 국민께 상처를 주고서는 제대로 된 사과나 조치 하나 못하면서, (민주당은)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이재명 대표는 권 수석대변인을 사퇴시키고, 국회 윤리위를 포함한 모든 징계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시민단체와 노조, 언론을 친야 성향으로 분류하며, 강도 높은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시민단체에 지급된 보조금에 대한 감사 결과 상당수 부정·비리가 적발된 것을 놓고 국민의힘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범죄단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SNS를 통해 "문재인정부가 퍼준 보조금, 이념정권 유지비였냐? 국민 세금으로 홍위병 양생했던거냐? 이게 '문재인정부의 성취'냐?"고 몰아세웠다.

노조와 정부의 충돌 양상에 대해서도 정부편에 서서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고공농성에 나선 한국노총 간부를 경찰이 강제진압한 것과 관련, "쇠파이프와 정글도를 무엇으로 진압해야 하냐"며 경찰을 감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노조가) 현장에서 최소한의 법질서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에 대한 압박수위도 높이고 있다. KBS·MBC 등을 겨냥한 비판 논평을 연일 내놓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한동훈 법무장관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 MBC 기자와 MBC 뉴스룸을 압수수색했다. 대통령실은 KBS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서 납부하는 방안을 방통위와 산업부에 권고했다.

◆국정성과 내놔야 관망층 흡수 = 국민의힘이 공세의 대상으로 삼는 민주당과 선관위, 시민단체, 노조, 언론은 여당이 나름의 잣대로 규정한 '네 편'으로 읽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네 편'의 약점을 공략해 여론과 멀어지게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당의 구상이 여당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야권 지지에서 이탈했거나 또는 관망하던 여론이 여당으로 옮겨오는 흐름이 아직까지는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3∼4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정당지지율은 국민의힘 34.1%, 민주당 35.0%를 기록했다.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국민의힘은 2.5%p 하락했고, 민주당은 4.8%p 상승했다. 국민의힘이 범야권을 겨냥한 총공세에 나섰지만 지지층을 확대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여당이 편가르기 전략만으로 지지층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여당은 국민이 국정을 맡긴 세력인만큼 눈에 보이는 국정성과를 내놔야 관망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국정운영의 방향을 '편가르기'에서 '경제와 민생'으로 선회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지만 여권 수뇌부에서는 여전히 범야권을 겨냥한 공세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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