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감사원 직무감찰 위헌성 검토 "대통령 행정권력으로부터 독립이 핵심"

2023-06-08 11:12:46 게재

한국비교공법학회 연구용역 … 실행땐 권한쟁의심판 예고

3.15 부정선거로 헌법기구화, 이재오 의원 등 '감찰 제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감찰'과 관련해 지난 2020년 이미 위헌성 검토를 끝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감사원 직무감찰이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는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감사원이 인권위에 대한 감찰을 배제하는 등 독립기관에 대한 입장이 선관위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강행할 경우엔 '위헌'으로 보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국비교공법학회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감찰의 위헌성 검토' 용역보고서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책임연구원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조소영 교수가 맡았고 조성규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성 대전대 법대 교수, 홍종현 경상대 법대 교수가 공동연구원에 이름을 올렸다. 조 교수는 이 보고서의 일부를 유럽헌법학회의 유럽헌법연구 제34호에 싣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감사원 = 보고서는 감사원이 선관위를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감사원이 편찬한 법해설서는 "감사원은 헌법상 행정부에 속하는 기관이므로 결산확인 및 회계검사와 같이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기관인 국회, 사법기관인 법원 및 헌법재판소는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외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의미에서 행정 집행 작용을 수행하는 모든 행정기관이 감찰대상에 포함된다"면서 선관위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주된 직무인 지도, 단속, 홍보 등의 업무는 실질상 행정집행 작용에 해당하므로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현행 헌법상 감사원의 지위 그 어디에서도 다른 국가기관에 우월한 감사기관이라는 지위의 도출은 불가능하다"며 "현행 감사원법이 행정기관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둔 것만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감찰이 당연히 허용된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특히 "근본적으로 감사원이 직무상 독립성에도 불구하고 조직상 대통령에 소속되어 있어 집행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감사원에 의한 통제는 본질적으로 행정의 내부통제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헌법의 결단으로서 입법, 행정, 사법과 분리된 독립기관으로서 자리매김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 행정권의 내부적 통제장치의 일반화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4.19 혁명 계기로 헌법에 첫 규정 = 보고서는 헌법적 독립기구로서의 '선관위' 위치를 확인했다. 모두 10개의 편제로 구성된 헌법을 보면 통치기관에 관한 내용이 제3~8장까지 규정되어 있고 국회(3장)·정부(4장)·법원(5장)·헌법재판소(6장)에 이어 7장에 '선거관리'가 명시돼 있다. 보고서는 "우리 헌법은 국가작용과 기능을 입법, 집행, 사법, 헌법재판, 선거관리의 다섯 가지 분야로 유형화해서 각각 그 담당기관을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각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선관위는 통치기구별 병렬순서로 다른 헌법기관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의 역사적 '존재 이유'를 환기했다. 보고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에 처음 규정된 것은 1960년 헌법(제3차 개정헌법)에서였고 이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기관화 되었던 것"이라며 "이는 4.19혁명을 계기로 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소망을 담은 것이었으며 3.15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의 하나로 민주적인 선거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의 도입이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 만연했던 공권력이 동원된 불법선거를 불식하고 공명선거를 확립하고자 했던 절실한 목적 하에서 도입되었던 아픈 헌정사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라며 "행정부의 집행세력(행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된 기관을 정립하고자 하는 것이 본질적인 핵심이었다"고 했다. 선관위 제도의 취지는 '독립성 확보'이고 선관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핵심 문제는 '행정권으로부터 독립성 보장'이라는 얘기다.

◆감사원, 인권위 '직무감찰 배제' =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곧 이어져 왔다. 16대 국회에서 이재오 의원(한나라당), 18대 국회에서는 장세환 의원(통합민주당)이 선관위 공무원 직무를 감사원 직무감찰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94년 감사원법 개정법률안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소속공무원에 대하여도 업무수행상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하여 직무감찰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직무감찰 예외' 질의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에서 그 소속을 밝히고 있지 않고 그 업무의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 동시에, 그 업무의 성질상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점에서 독립된 국가기관이라 할 것이므로, 감사원법상의 직무감찰대상인 정부조직법 및 기타 법률에 의해 설치된 행정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직무감찰대상인 행정기관이 아니다'고 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감사원의 인권위에 대한 유권해석, 국회의원 입법 발의, 국회 상임위 의견 등을 종합할 때 선관위를 직무감찰 제외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감사원법에서 국무총리로부터 국가기밀에 속한다는 소명이 있거나,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군기밀이거나 작전상 지장이 있다는 소명이 있는 사항은 감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직무감찰 대상이더라도 직무감찰의 필요성을 넘어서는 국가이익이나 공익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의 인정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감찰이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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