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번식기 지난 여름철새 조사용역 논란

2023-06-21 10:44:41 게재

과업 지시서 수행 불가

"환경평가 요식 가능성"

부산시가 낙동강 여름철새 현지조사에 나서면서 기간이 지나 과업이 불가능한 번식기 조사 용역을 발주해 논란이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대저대교(식만-사상간 도로건설공사)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담을 신규 멸종위기 여름철새 조사를 맡을 용역업체 선정계약을 20일 체결했다.

용역은 올해부터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새로 포함된 여름철새들에 대한 조사와 보전방안 마련을 위해서다. 이를 통해 2018년 첫 제출 후 6년간 철새 조사 문제로 반려와 보완, 철회가 반복되며 발목이 잡혀있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부산시가 기간이 다 지난 여름철새 번식기 조사를 과업 핵심내용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시는 과업지시서에 '여름철새들의 번식기인 4~6월과 활동기인 6~8월까지로 나눠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분포도를 만들 것'을 명시했다.

번식기 조사는 여름철새들의 회귀 활동과 서식지 파악의 주요 잣대다. 남쪽 지방에서 겨울을 지낸 여름철새들은 초여름이면 낙동강 하구로 돌아와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기 때문이다. 여름철새들의 번식기는 4~6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는 조사방법으로 '문헌조사는 법정보호종의 GPS좌표가 제시되어 있는 자료를 인용하고, 현지조사를 통해 멸종위기종의 번식식여부 및 서식지역을 검토하라'고 했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현지조사에 나설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6월 말이다. 번식기 현지조사 대신 문헌조사 위주의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이 불가피한 셈이다.

부산시가 번식기 조사에 나선 것는 환경청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 이때 협의의견으로 향후 환경영향평가 본안 제출시 신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여름철새들의 번식기와 활동기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저감방안을 담을 것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5월 용역을 발주했다. 이때도 번식기 조사는 늦었다. 그런데 1순위 낙찰업체가 적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시가 재공고하며 아예 번식기가 끝나버린 것이다. 시는 번식기 조사를 할 수 없는 과업지시서를 고치지 않았고 똑같이 공고했다. 조사에는 1억7000만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이 또 요식행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문헌조사 기록과 앞서 일부 실시한 번식기 조사 내용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남은 기간 현지조사를 열심히 해 평가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평가서가 제출되면 여름철새 조사와 저감방안이 제대로 반영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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