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시한 앞두고 '노사 공전'

2023-06-21 11:46:59 게재

'업종별 구분 적용'에 막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정 심의 기한인 이달 29일을 앞두고 '업종별 구분'에 막혀 최저임금 수준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이날 노사에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노사는 모두 제출하지 않았다.

근로자위원들은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에 대해 표결하자고 요구했지만 결론을 못내고 다음 회의로 넘어갔다.

모두발언에서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영세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은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어려움을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들이 지원대책 마련 촉구 등 공동 대정부 결의문 등을 하루빨리 채택해 최저임금위가 아닌 다른 정부 위원회에서 해결 방안, 대책 마련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27년째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심각한 나라인데,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할 경우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부정적"이라며 "구조적 성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논의를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위 심의자료, 정부 연구용역 결과에서 일부 업종에 대한 구분 적용의 필요성이 나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업종별 구분조정과 관련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지급 주체인 영세·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최저임금은 준수 불가능성을 초래해 최저임금의 실효성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구분 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익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이 업종별 구분 적용 시범 실시 업종으로 제시한 음식숙박업·프랜차이즈편의점·택시운송업은 대분류라며 세세한 소분류를 제시해달라고 사용자위원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식 위원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으로 회의가 공전되자 "법정시한을 준수하기 위해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업종별 구분 적용을 제시하면 수용하겠으나 중복된 주장을 하는 것은 비생산적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다음 전원회의까지 반드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사는 22일 열리는 제7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회의에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구속으로 발생한 노동자위원 공석에 대한 대리 투표도 논의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김 사무처장을 대신할 근로자위원으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위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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