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사상 첫 해촉

2023-06-22 11:53:59 게재

고용부,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위원 추천도 거부 … 한국노총 "전례가 없는 일" 반발

고용노동부가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직에서 직권해촉 절차를 밟고 있다.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1986년 이래 37년 만에 처음이다. 노동계는 "비상식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노정관계가 더 악화될 전망이다.

눈감은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근로자, 공익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눈감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1일 고용부는 "지난 2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12조의2 3호에 따라 직권으로 위원 해촉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포스코 하청노동자의 임금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며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봉에 맞아 피를 흘리며 연행되면서 노정갈등은 최저임금위로 번졌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직무태만, 품위손상이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해촉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김준영 위원이 불법시위 및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흉기를 사용해 대항한 것은 노사법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불법행위"라며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준영 위원 구속 이후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 중에서 근로자위원 1명을 뺀 26명으로 운영돼왔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13일 4차 전원회의에서 김준영 위원의 표결권은 노사 합의가 되면 한국노총이 추천한 인사에게 위임하고 합의가 안 되면 운영규칙 개정 표결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최저임금위 운영규칙에는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 직계 존·비속의 결혼 또는 사망 등 두 경우에만 대리표결이 가능하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주말 고용부가 이러한 최저임금위의 논의 과정을 무시한 채, 구속수사 중인 김준영 위원에 대한 위원 해촉 절차를 진행하겠으니 김준영 위원을 대신할 신규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법정심의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회의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새 위원을 추천하라는 고용부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하지만 새 위원을 추천하는 것과 해촉사유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품위손상이라는 것은 고용부 판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속상태인 점을 이용해 강제해촉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최저임금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최저임금위 위원 중에 과거 기소된 사례도 있었지만 고용부는 해당 위원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위 운영규칙 개정 대신 '김준영 위원 해촉, 새 근로자위원 추천'으로 바뀐 것이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국노총은 20일 김준영 위원을 대신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경찰의 김준영 사무처장 고공농성 진압을 막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고용부는 "김만재 위원장은 김준영 사무처장과 함께 위법행위를 했다"며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김준영 사무처장과 공동정범으로 수사받고 있는 사람을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이날 29일)이 임박한 만큼 해촉 제청과 동시에 신규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등 최저임금 심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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