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전편 7

"기후변화 적응형 건축물 설계 원칙 세워야"

2023-07-24 11:00:40 게재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나 인공구조물 전반을 '기후탄력적'으로 … 폭염 폭우 등 복합재난 대응 기술 관심

'폭염이 일상이 되는 미래'. 최근 이상기후가 심화하면서 암울한 전망을 담은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나온다. 하지만 세계 탄소 배출의 75%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이 화석연료 감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하는 등 우리는 여전히 과거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 노력만으론 기후재난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물은 물론 인간 활동과 연계한 시설물이나 공간 등을 기후변화 적응을 고려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건축 등 단열이나 에너지효율 극대화는 기본이다. 폭염은 물론 폭우 가뭄 등 다양한 재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는 중이다.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6월 19일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건물 등을 개선하는 고민을 해왔지만 실제로 얼마만큼 취약한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서 건물이라는 건 단순히 건축물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인간이 활동하면서 이용하는 인공구조물이나 시설 등 좀 더 포괄적인 의미다."

19일 임영신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박사는 "농어촌과 도시의 건축물 유형이 다르고 취약 지점이 같지 않은 상황에서 유형별 맞춤 적응 대책이 나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외 건축물 적응기술 및 적용사례를 조사·분석해 종합 인벤토리(목록별 자료 구축 등)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변화 적응형 건축물 계획·설계를 위한 원칙 기준 방법 등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폭염을 걱정해야 할 시기다. 폭염은 단순히 기온의 문제가 아니다. 에어컨은커녕 당장 선풍기 1대 확보하기 힘든 에너지취약계층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 취약성은 민감도 적응능력 노출도 등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한 예로 어떤 지역이 민감도가 높지만 적응능력이 낮다면 해당 지역의 기후변화 취약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민감도가 높아도 적응능력이 높으면 해당 지역은 기후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시에서 41℃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1주일간 지속된 적이 있었다. 이때 길 하나 사이로 폭염 사망자 수가 큰 폭으로 차이가 나 대응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다. 시카고시의 노스론데일에서는 폭염으로 19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바로 인접 지역인 사우스론데일(리틀빌리지)에서는 1/10에 불과한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취약계층 파악 등 첫 단추부터 제대로 = 한국환경정책학회 학술지 '환경정책'에 실린 '지역별 폭염취약 유형 및 폭염환자 발생 요인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폭염일수 △하루 최고기온 등 노출도가 큰 지역에 의료기관 병상 수가 많아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높고 도시화율과 재정자립도가 낮으면 폭염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쪽방촌 더위 식혀주는 쿨링포그 | 2일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 쿨링포그(안개처럼 뿜어내는 냉각수)가 분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이는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모델(퍼지셋 질적 비교 분석 등)을 활용해 지역별로 폭염 취약성 유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본 결과다.

폭염에 대한 노출도는 경남 대구 경북 광주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다. 민감도가 다른 지역 보다 높은 곳은 부산 대구 전북 전남 등이다. 또한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응도가 높은 곳은 부산 대전 광주 등이다.

이번 연구는 폭염 취약지역 선정 등 해당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폭염 대응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사실 맞춤형 폭염 적응 정책의 필요성은 꽤 오래전부터 언급돼왔고 다양한 제도들도 만들어졌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첫 시작이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늦은 편이 아니다. 2008년부터 폭염 등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정책들을 펼쳐오고 있다.

2010년 환경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13개 부처가 합동으로 첫 기후변화 국가 적응 대책을 발표한 이래 제1차 2차 3차 등 중장기 기후변화 국가 적응 합동 대책을 이행해왔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한 걸까. 20일 정휘철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은 "폭염 대응을 위한 기술들은 많이 발전했다"며 "궁극적으로는 에너지를 덜 쓰거나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원을 활용한 기후탄력적 도시설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폭염에 개인이 대응하기엔 역부족인 만큼 인프라를 개선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기본부터 제대로 짚어야 한다"며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는 물론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등 실질적인 조사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65세 이상 등을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단순히 연령만으로 구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예로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어린이는 지열에 더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폭염 피해에 취약하다. 지역이나 부문 계층별로 다양한 기후위기 취약계층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지만 이를 총괄하는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제3차 국가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에는 △취약계층 유형별 분포현황 △노출실태 △적응역량 정도 등 취약계층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담기기는 했다.

또한 내년에는 취약계층의 이동 및 공간정보 분석을 통해 취약성 저감 중점 관리지역 선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온 저감은 물론 도시홍수도 예방 = 기후탄력적 건물 설계는 거창한 게 아니다. 태양이나 바람 등의 방향을 고려해 건물을 배치하거나 기후친화적 건축구조 및 외장재를 사용하는 게 한 예다.

종전 건물에 일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차양시스템을 설치하거나 태양열 반사를 통해 건물차열(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을 막음)을 하는 일도 해당된다.

최근에는 폭염은 물론 폭우 한파 가뭄 등 각종 기후재난에 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는 건물에 '그린-블루 루프' 기술을 적용해 운영 중이다.

건물 옥상에 토양과 식생층으로 구성된 녹화시설은 물론 배수층도 조성한 게 특징이다. 토양층 하부로 침투된 빗물이 옥상을 거쳐서 배수계통으로 유출될 수 있도록 배수층을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식생층 하부의 우수 저류 공간에 빗물이 일시적으로 머물게 되면서 도시홍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식생이나 토양에 저장된 수분이 증발할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면서 온도가 저감된다. 식생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나 오염물질이 여과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폭염으로 인한 기후변화 취약계층의 사망률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도심 내에 녹지면적 비중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이 많이 있을수록 사망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 25개구를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6~8월 기상자료와 만 65세 이상 사망자료 및 지역자료 등을 이용해 여름철 열지수와 사망률 변화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용어설명]
■기후탄력성 = 기후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과 위험에 대처하고 회복 및 적응할 수 있는 사회 경제 생태능력이다. 특히 적응 능력이 강조된다. 기후회복력 또는 기후 회복탄력성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탄소중립 실전편" 연재기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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