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 헌법소원 각하

2023-07-25 11:16:48 게재

헌재 "구제절차 먼저 거쳤어야"

법원 검찰청 구치소 등 공공기관에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나 장애인용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장애인 변호사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했다. 헌법소원은 법적 절차 중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먼저 다른 법률이 정한 구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장애인 변호사 A씨가 제기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부작위(해야할 것을 하지 않음) 위헌 확인'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각하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각하란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으로 본안을 판단한 후 기각 결정을 내리는 절차와 다르다.

A씨는 낙상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뒤 휠체어를 사용했다. 2013년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A씨는 업무 수행을 위해 전국 법원과 검찰청, 경찰청, 구치소 등을 방문했는데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

이에 A씨는 "해당 기관들은 장애인용 승강기나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운영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심판청구가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을 통한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 해당 절차를 모두 거친 뒤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헌법소원의 '보충성 요건'이라고 하는데, 이번 심판청구가 해당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헌재는 "장애인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장애인용 승강기 또는 화장실 등 정당한 편의 미제공과 관련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행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그러한 차별행위가 존재할 경우, 이를 시정하는 적극적 조치의 이행을 청구하기 위해 법원의 판결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청구인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구제절차를 거쳤다고 볼 만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고, 이 부분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복지부 장관에 대한 헌법소원 역시 각하됐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 공공기관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설치·운영을 총괄해야 하는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헌재는 "복지부 장관이 공공기관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거나 시정조치하도록 요청할 구체적 의무를 도출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의 심판청구는 의무 없는 공권력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이기 때문에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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