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어등산에 돈 되는 사업 먼저 시행

2023-07-26 13:56:01 게재

광주시에 투자계획 제출

관광시설 여건 따라 변동

광주광역시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신세계 프라퍼티(신세계)가 사업성이 좋은 복합쇼핑몰을 먼저 개장한 다음 정작 중요한 관광시설은 나중에 짓는 투자계획을 광주시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시장 여건에 따라 관광시설이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까지 달아 논란이 예상된다. 어등산관광단지는 지난 20005년 최초 사업자가 돈 되는 사업을 먼저 시행한 다음 사업부진 등을 이유로 관광단지 조성을 포기해 18년째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26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4월 '복합쇼핑몰 사업제안서 2권'을 광주시에 제출했다. 이 제안서는 지난해 12월 제출했던 사업제안서 중 투자계획 등을 보강했다. 광주시는 두 가지 제안서를 바탕으로 '민간제안서 적정성 검토 및 공모지침서 작성 용역'을 진행 중이며, 신세계에 유리한 사업자 모집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비공개로 관리된 제안서에 따르면 신세계는 복합쇼핑몰 조성 등에 모두 1조335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 어등산관광단지는 호남과 경남 일부를 아우르는 쇼핑 명소로 탈바꿈한다.

문제는 신세계가 단계별 투자계획을 밝힌 대목이다.

신세계는 2030년까지 스타필드(연면적 26만4463㎡)와 콘도 아트센터 정원 등을 먼저 짓는다. 관광시설인 스포츠 파크와 전망대, 생활형숙박시설 등을 2033년까지 갖춘다. 게다가 전체 면적 41만2500㎡(12만5000평) 중 상업시설 면적이 14만3600㎡(4만3545평)인 반면 관광 휴양시설(3만232평) 규모가 작아 관광단지 지정 취지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2단계 시설은 1단계 사업 착공 이후 시장 및 사업 여건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투자 수순이다.

하지만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중단됐던 원인 때문에 신세계 투자계획을 의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실제 광주시청 주변에선 신세계그룹이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 이전 계획을 승인받은 다음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을 포기할 것이란 관측이 폭넓게 퍼져있다. 확장 이전을 추진 중인 광주신세계도 이 같은 분위기를 그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덕 참여자치21 대표는 "기업이익과 함께 투자계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어등산 개발이 또다시 중단되지 않도록 광주시가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런 우려에 따라 사업자모집 공모지침에 사업이행 조건을 담을 예정이다.

신세계는 제안서에서 협약이행보증금을 토지비(600억원) 10%로 반영했다. 이 비율은 지난 2019년 사업자 모집 때 적용했던 '총사업비 10%'에 비해 턱없는 수준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신세계가 제안했다고 모두 수용하는 게 아니다"면서 "공모지침서에 이행조건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인허가 일정과 공사 규모 등을 감안하면 2030년 개장이 정상적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관광단지에 필요한 중요한 시설이 1단계에 대부분 들어간다"면서 "걱정하는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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