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공기관 이전 연기 '지자체 부글부글'

2023-07-28 11:02:12 게재

비수도권 지자체 "정책 무산 우려"

혁신도시-비혁신도시 갈등도 커져

우동기 "대립갈등 최소화하려는 것"

2차 공공기관 이전 연기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의 정책신뢰를 위해 조속히 이전시기와 대상기관을 확정·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가 정치논리에 휘둘려 공공기관 이전을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진행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뒤집고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하기로 한 탓이다.

기존 혁신도시 단체장들도 공공기관 이전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국혁신도시(지구)협의회는 27일 전북 완주군에서 정례회를 갖고 '공공기관 이전 조속한 이행과 혁신도시 우선 배치'를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협의회 소속 단체장들은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하려고 해 혁신도시와 비혁신도시의 갈등 구도는 장기화할 전망"이라며 "정부의 신속한 발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시민사회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연기로 정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균형발전의 대표 정책인 공공기관 이전을 정치 쟁점으로 끌고 갈 경우 문재인정부 때처럼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두영 균형발전국민포럼 공동대표는 "정부가 국가적 과제를 선거 유·불리와 당리당략으로 접근하려 한다"며 "총선 이후로 연기하려는 것은 오히려 수도권 표심을 의식한 정치 행위"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문재인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이두영 대표는 "윤석열정부가 국민들에게 스스로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2단계 공공기관 지방이전 일정을 연기했는데도 민주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잘못으로 마무리 짓지 못한 정책인 만큼 책임을 갖고 이전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일부 공공기관의 노골적인 이전 반발로 인해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부산 이전이 예고된 산업은행의 경우 내부 반발이 거세다. 산업은행 노조는 27일 '부산 이전 후 10년 누적수익이 7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자체 용역결과를 내놨다. 전날 공개된 금융위원회 용역 결과 '업무상 불가피한 일부 조직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일괄 이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앞서 한국투자공사가 공개적으로 전북 이전을 거부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진승호 사장은 지난 13일 공사 창립 19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주로 이전할 경우 인력 이탈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이전을 공개 거부했다.

이와 관련 전북의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즉각 반발했다. 전북도의회는 24일 진 사장의 발언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도의원들은 "(이번 사안을 묵인한다면) 지방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현 정부 국정목표와 철학은 그 진의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국민의 절반을 기만하는 국정운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기가 늦춰질수록 오히려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그 자체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갈등, 이전대상기관의 집단반발이 불가피한 정책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안에서도 혁신도시와 비혁신도시간 갈등의 골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전시기 연기가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전 의지는 확고하다는 의미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지금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 내 혁신도시와 비혁신도시 갈등이 첨예해질 수 있고, 이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원하지 않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청사를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전한 것 역시 공공기관 이전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며 "정책 의지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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