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약물중독 성인보다 청소년이 더 위험"
약물시작하면 정신적 성숙 멈춰
"가정을 돌보거나 직업·일에 대한 책임감은 중독에 빠지지 않는 여건을 만들어줍니다. 성인이 중독이라는 유혹에 저항할 수 있지만 책임감이 높지 않은 청소년들은 부문별하게 약물중독에 빠질 수 있습니다."
국내 약물중독 권위자로 꼽히는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는 최근 청소년들 사이 마약 거래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국립법무병원(옛 공주치료 감호소)은 정신질환 범법자를 수용, 치료하는 법무부 산하 국립병원이다. 내일신문은 지난달 27일 충남 공주에 위치한 국립법무병원을 찾아 조 원장과 인터뷰를 했다.
강남 마약음료를 비롯해 10대의 마약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조 원장은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바일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로 급속도로 마약이 퍼져나가는데 10대의 중독 폐해가 크고, 치료가 어렵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조 원장은 "중독이 되면 정신적으로 성장이 멈춘다"며 "10대때 약물중독이 된 50대 환자를 치료 했는데, 10대 수준에서 정신연령과 사고가 멈춰있었다"고 말했다.
전문의는 물론 마약전문 수사관들도 10대때 중독경험이 있는 마약사범에 대해 어려워한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사고 능력도 떨어진다.
조 원장은 "미국의 최근 약물 중독 통계를 보면 10대 후반이 가장 많고, 그 다음 20대 초반인데, 우리 통계도 10~20대가 늘고 있다"며 "성인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약물중독 연령대가 미국과 같은 선진국처럼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여년간 약물중독자를 치료한 조 원장은 "뇌는 강렬한 경험을 하면 저장을 하고 평생 유지된다"며 "한번 투약 후 그 경험 때문에 두번째 투약을 했다면 중독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빠른 치료는 법에 걸렸을 때 해야 한다"며 "암 환자의 경우 초기에서 말기까지 모두 암 환자인데, 중독도 초기부터 말기까지 중독 그 자체로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강남 마약음료 사건 처럼 타의에 의해 약물을 접한 경우는 큰 걱정을 안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조 원장은 "데이트 강간 등에 사용한 약물을 접한 피해자들이 중독되지 않는 것처럼 타의에 의해 1회 약물을 접한 경우 중독됐다고 할 수 없다"며 "무언가를 열망하면서 투약하면 중독이 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거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젊은 층에 마약류가 퍼지는 것을 가족들이 알아채는 방법이 있을까. "잠을 안자거나 식사를 안하고,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각성제를 복용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며 "반대로 잠을 더 자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 발음이 어눌해졌다면 억제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층까지 파고든 마약사범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조 원장은 "중독자는 치료해야하고, 제조·유통책은 엄벌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이 공범 등을 단속하기 위해 검거된 제조·유통책에게 가벼운 처벌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많은 중독자와 가정파괴 원흉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활과 치료를 대통령이 강조한 만큼 정부 차원의 마약치료 컨트롤 타워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약물남용 연구소와 같은 기관을 만들어 민간과 국가가 정책개발과 연구를 협업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치료를 받으라고 하는데 치료 받은 데가 없는 게 문제"라면서 "민간이 못하면 공공과 국립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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