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균형 미래교육선도 - 인터뷰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외우고 정답찾는 공부에서 '생각을 꺼내는' 수업으로"

2023-08-02 10:45:26 게재

미래형 학습에 맞게 '논술 서술형 평가'로 대입제도 전환해야 … 학생인권조례 학습권·교권 보호 위한 방향으로 개정을

경기도는 학생이 166만여명으로 전국 학생 수의 28%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예산은 19조원이 넘는다. 규모가 가장 크고 신도시와 개발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경기도는 그동안 혁신교육을 선도했고 규모도 가장 커 교육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교육계에서 주목받는 이유이다.
임 교육감은 '중용'의 집기양단(執其兩端)을 강조한다. 양극단을 바로잡아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경기교육의 방향도 '자율·균형·미래'로 정했다. 임 교육감은 최근 학생인권조례의 수술을 예고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인권 신장에 기여한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학생 인권과 교권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경기도교육청 서울사무소에서 임 교육감을 만나 교육 철학과 정책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내내 미소속 날카로운 눈빛과 차분한 말투로 우리 교육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풀어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1956년 경기도 성남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학·석사, 행정고시 24회, 재경부 근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국외 연수, 16~18대 국회의원, 고용노동부 장관, 청와대 대통령실 실장, 국립한경대 총장을 지냈다. 실세 정치인에서 교육자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 그는 "행정부에도 있었고 정치도 했고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사회활동도 하고 대학 총장도 지냈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어디서 열어갈 것인가 고민했다. 미래는 교육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사진 이의종


■ 경기교육을 이끌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자율·균형·미래로 정의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의 목표이다. 어떻게 해야 행복한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어야 행복하다. 그게 '자율'이다. 또 하나는 자기와 다른 것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편협한 생각을 가져서는 행복하게 살기가 어렵다. '균형'적인 사고가 굉장히 중요하다. '미래'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이 전개된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

■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학교도 작은 사회이다. 학생 개인의 행동, 또래와의 관계,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 선생님과 학부모의 관계 등등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학교 안의 모든 구성원은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소중함'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 최근 학생인권조례의 수술을 예고했다.

지금의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인권 신장이나 이런 점에서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균형에 맞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는 게 교실현장에서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학생 개인의 권리 보호 중심이었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모든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겠다. 현 인권조례를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변경해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겠다. 학부모교육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포상, 조언, 상담, 주의, 훈육 등으로 학생 교육을 할 수 있는 상벌점제 금지 조항도 보완할 계획이다.

학생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 전학으로 해결한다면 다른 학교에서도 문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에서 '분리 교육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정신과전문의, 전문상담사 등 전담팀에게 올바른 진단과 처방, 체계적·전문적인 교육과 치유를 받고 다시 학교로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

■ 교육부가 중대한 교권침해 사안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도 추진한다.

가능하면 학교 안에서 교육적 해결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교육적 해결 모색을 권고하는데도 불구하고 학부모가 받아들이지 않고 법적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그때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그 기록은 지워주면 안 된다. 그동안 학교폭력 가해자가 졸업하면 학교 생활기록부에서 관련 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적 해결을 무시하고 법적 해결을 고집할 경우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에 찬성한다.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책 방안은?

더 이상 선생님 개인이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지 않도록, 경기도교육청이 선생님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겠다. 선생님은 교육 현장에서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교육적 책무를 수행하는 소중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악성 민원으로부터 선생님을 보호하겠다. 수업 시간, 일과 이후를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전화, 격해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교실로 불쑥 찾아오는 학부모 등 선생님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개인 대 개인'을 '개인 대 기관' 방식으로 바꾸겠다.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고, 선생님과의 통화·면담을 원하면 사전에 예약하고 조율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

선생님들과 함께 법적 문제에 대응하겠다. 현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들이 정당한 교육을 할 수 없다.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겠다. 교사의 개인 잘못이 아닌, 정당한 교육활동임에도 아동학대 등 법적 소송이 들어오면 법률자문단을 지원하겠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반영되도록 선 조치하겠다.

■ 최근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어떤 입장인가?

수능 출제 위원 등 공교육 종사자들이 학원에 문제를 만들어주고 거액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행위가 있다면 법적으로도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공교육의 입장에서 보면 질서 파괴 행위이다. 교육은 공교육이 정상화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학교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사교육을 받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선발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문제를 그렇게 출제한다는 것은 공교육을 망치는 범죄행위에 가깝다. 이런 문제가 현장에 현존한다면 바로 잡고 이번 기회에 공정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대학입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12년의 과정은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목표로 수렴된다.

그동안 교육감들은 학생들을 고등학교까지 교육시키고 대학입시는 교육부와 대학이 담당했다. 초중등교육이 대학 입학 전형에 영향을 받고 있어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들 의견이 대입에 반영되어야 한다. 교육감들이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대입 선발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하겠다.

현장의 교육 변화가 대학 입학 전형의 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제 교육은 단편적 지식, 암기와 정답 찾기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형 학습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을 키우고 꺼내는 교육, 질문하는 교육으로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고 비판적 사고력을 신장하는 평가로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형 학습, 논술 서술형 평가로 대입제도를 전환해야 한다.

■ 공교육 회복의 대안으로 핵심 공약인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가 개발한 교육과정이다. IB 교육은 지식을 집어넣는 수업이 아니라 생각을 꺼내는 수업이다. 학생의 창의적·비판적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전국의 여러 교육청에서도 경기도가 추진하는 IB 교육 모델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선 경기형 IB 교육의 초석이 될 관심학교 25개를 지난 2월 선정해 IB 철학과 교육 목표, 교수·학습 방법을 연구하고, 후보학교-인증학교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현장 교사들이 공감하고 교육과정에 어떻게 IB를 접목하는가가 성패를 가른다고 본다. 올해 IB는 교사 역량을 키우는 기초 단계에 접어든다. 학생을 가르칠 교사가 역량을 갖추고 IB 장점을 확산하길 바란다. 이어 경기도에 맞는 교육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더 큰 효과를 보려면 대입제도와 연계돼야 한다. 대학입학사정관 대상 정책설명회나 세미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대입 전형에 적용되도록 노력 중이다.

■ 학교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선생님들이 교육 본질과 관계없는 일 때문에 너무 바쁘고 힘들어한다. 학교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담당관을 두고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심해 어려워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듀테크를 활용해 학생 개별 맞춤형 학습과 피드백으로 학생 역량을 키우고자 한다. 9월부터 AI 기반 교수·학습플랫폼을 구축해 맞춤형 개별학습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등으로 5개 교과목에 대한 진단, 평가, 콘텐츠 지원, 학생 활동 통합관리, 가정학습 연계까지 이루어진다.

9월부터 시범학교와 선도학교 중심으로 초4, 중1, 고1 대상 시범운영을 할 계획이다. 선생님들은 학습 이해도를 점검하고 맞춤형 피드백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맞춤형 교수학습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 또 지역 네트워크를 학교 교육에 결합해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이 '공유학교'에서 이뤄지는 지역교육협력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지역사회 교육역량을 학교와 결합해 지역 특성에 맞게 학교 교육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기수 곽태영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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