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금세탁방지 내부통제 부실'에도 거액 제재
과거 위반행위 후 개선 없어 추가 조치
국내에서도 경영진 책임·역할 강화 추진
▶ "미 '자금세탁방지 부실' 2천억 금전제재" 에서 이어짐
미 연준은 도이치뱅크 등에 대한 거액의 제재금과 함께 중요사항의 우선적 개선, 기존 제재 이행 평가, 이사회 감독 등의 조치도 요구했다. 향후 충실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준이 도이치뱅크 등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도이치뱅크 등에 대해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등 일반적인 결함을 이유로 별도의 제재 처분도 내렸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는 2017년 1월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법 준수 미흡으로 1100만달러의 제재금을 부과 받은 사례가 있다.
국내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관련한 '내부통제 부실' 제재는 주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신분 제재에 맞춰져 있다. 위법 행위에 대해 건당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지만 미국처럼 천문학적인 금전 제재가 나오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난달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금융회사를 포함해 법적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있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자금세탁방지 업무 책임성·전문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회사 중심으로 이사회와 대표이사, 준법감시인과 보고책임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제5조 1항은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금융회사 등의 조치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보고 업무를 담당할 자의 임명 및 내부보고 체제의 수립,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따라야 할 절차 및 업무지침의 작성·운용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다른 금융 관련 법규 위반 등과 마찬가지로 위법·부당 정도에 따라 임직원에 대해 주의적경고(견책)부터 문책경고(감봉), 직무정지, 해임권고(면직) 등의 제재 조치가 가능하다.
특금법에는 내부통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은 특금법 5조를 근거로 금융회사 등에 대해 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이 포함된 '내부통제 구축'을 적시하고 있다.
다만 현행 규정은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구체적인 역할과 감독책임 범위가 불분명하다. FIU는 규정 개정을 통해 '책임 떠넘기기'를 막아서 충실한 감독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정 방안에 따르면 준법감시인이 자금세탁방지 관련 보고책임자를 겸직하는 경우 수행하는 주요의무에 대해 대표이사의 감독책임을 명시했다. 그동안 대표이사에게는 별도의 감독책임이 없었다. 개정안이 실행되면 자금세탁방지 업무 수행이 부실할 경우 금융당국이 대표이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준법감시인이 보고책임자를 겸직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표이사가 아닌 준법감시인에게 보고책임자 감독의무가 부과된다. 현재 은행과 보험회사 대부분은 준법감사인이 자금세탁방지업무 관련 보고책임자를 겸직하고 있어서 대표이사에게 감독의무가 발생한다.
FIU는 "이사회부터 보고책임자까지 주요 업무담당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서 자기책임 원칙하에 적극적 업무수행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불분명했던 감독책임의 주체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 수행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FIU는 올해 하반기에 행정규칙 개정안을 고시하기로 했다. 다만 내규개정 등 금융회사와 자금세탁방지의무가 있는 기관들의 부담을 고려해 6개월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에는 관련 규정이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