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양극화 부추긴다 … 취약계층 지원입법 '취약'
입법조사처 "현행 법률 노숙인·옥외근로자 대책뿐"
재난 취약계층 지원 법률안, '전기요금 감면'이 전부
김정호 위원장 "기후위기 인지예산제도 도입해야"
입법·예산 심사권 없는 기후위기특위 존재감 논란
유례없는 폭우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행 법률에서는 노숙인과 옥외근로자에 대한 대책만 있을 뿐 노인, 장애인, 상습수해지역 거주자 등 취약층에 대한 지원대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구성한 국회기후특위이 한시적인데다 입법권이 없어 종합적인 기후위기 대응 입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위 위원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기후위기 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해 취약계층에 대한 예산이 거의 들어가 있지 없는 부분 등을 고려해 취약계층 지원을 입법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대책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노약자, 만성질환자,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장애인 등은 이동의 불편이나 건강상 취약성, 사회·경제적 요인 등의 이유로 취약성이 높아 극한 기후 현상으로부터 더욱 쉽게 영향을 받게 되고 피해가 커지게 된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침수피해, 폭염에 저소득계층이 더 많이 노출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소득역진적 효과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수도권지역에서 저소득계층이 상대적으로 밀집 거주하는 지역에 풍수해 발생빈도가 크게 나타났고 폭염으로 인한 건강영향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 어린이, 저소득계층, 심혈관계 질환자 등에서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에서도 기후재난은 소외 = 이 보고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검토하고서는 "노숙인과 옥외근로자를 제외하고 폭염 한파에 취약한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보호규정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본법인 탄소중립기본법에서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에 포함돼 있는 내용으로 '기후 위기에 따른 취약계층·지역 등의 재해 예방에 관한 사항'이 언급돼 있다"며 "2020년에 수립한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에는 물관리, 생태계, 국토·연안, 농수산, 건강, 산업·에너지 등 6개 부문별로 마련된 리스크 84개 가운데 폭염 취약계층 관련 리스크는 3개에 불과하고 한파 취약계층 관련 리스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분야의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대책이 현행법에 마련돼 있고 많은 법률안이 제출돼 있지만 폭염 한파 등에 취약한 계층이 적응력과 회복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21대 국회에 접수된 취약계층 보호관련 법률안 194건을 분석해 보니 사회적 취약계층, 주거 취약계층, 안전 취약계층, 소비 취약계층, 건강 취약계층, 디지털 취약계층 등 25개 분야에 대한 취약계층 보호정책이 들어 있었다. 기후변화 취약계층 지원은 전기요금 감면을 담은 전기 사업법 개정안이 유일했다. 이 법안은 황운하 의원과 전용기 의원, 김성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입법조사처, 기후복지제도·기후위기적응법 제정 등 제안 = 이동영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행법률과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을 검토한 이후 "노인·영유아·어린이·장애인 등 생물학적 취약계층, 기초생활수급자·옥외근로자·독거노인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상습침수지역·노후화주택·반지하주택 등 취약지역 거주자 등에 대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저소득계층의 기후 변화 적응역량 강화정책의 제도화를 위해 관련 법규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후복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대책의 개선방안으로 '기후위기 적응법'을 제정하거나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정의와 범위를 법정화하고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계획 수립, 사업추진 및 예산지원 근거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현행 개별 법률에서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을 명시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배재현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후 변화 등으로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재해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고 이에 비례해 설계빈도를 계속 상향 조정하는 것은 재정적,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적정수준에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등 정부의 구조적 예방사업과 함께 지역별로 민관 협력을 통한 재난예방·대응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은 지자체가 매년 보통세의 일정비율을 적립해 조성하고 있다"며 "태풍, 집중호우, 폭설 등 재난재해 관련 목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정호 "국회의장에 기후위기특위 상설화 주문" = 국회에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대안마련을 위해 기후특위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권이 없어 사실상 심사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김정호 위원장은 "최근 기후위기, 재난상황이 아주 빈발하고 격화되니까 좀더 다그쳐야 할 것 같다"며 "하반기에 지자체의 적응 계획, 공공기관의 기본 계획 수립 내용을 챙겨보려고 한다"고 했다. "자문단 12명이 격주로 회의를 열고 내용을 정리해 특위에 보고하고 국회의장이나 여야 지도부에 전달하면서 강력하게 촉구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또 김 위원장은 "기후위기 관련법이 각 상임위에 분산돼 있어 통합하고 조정해서 우선순위와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그게 기후특위를 만든 이유"라며 "부처별 예산도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더불어 "기후위기 특위에 법안 심의권이 절실하다"며 "예산심의권도 중요한데 기후위기 탄소 중립 예산과 연계해서 각 부처가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국회 심의 때까지 탄소 중립 인지 예산 제도를 운영하고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 등도 적응 계획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자문단 구성을 계기로 국회의장이나 여야 지도부에 기후위기 특위가 한시적 조직이 아니라 상설화가 필요하고 입법·예산심의권을 주문하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