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민간등록자격증 110개 난립 … "인증자격제도 도입 필요"

2023-08-04 11:36:39 게재

ESG 정보 신뢰할 수 있는지 '인증' 필수

주요 국가들 'ESG 인증' 의무화 추진

"회계법인과 동일한 인증품질 요구해야"

ESG 인증포럼 … '자격제도 도입안' 발표

기업의 비재무정보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정보 '공시 의무화'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인증자격제도 도입 방안'이 발표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가 공인 또는 민간 공인 ESG 관련 자격증이 없는 가운데 ESG 관련 민간등록자격증 발급 기관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110개 자격증이 있으며 이 중 94.5%는 2022년 이후 등록됐다.


4일 오전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김영식) 주최로 열린 '제4회 ESG 인증 포럼'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ESG 인증인 적격성 확보 방안 - 글로벌 ESG 인증제도 현황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국내 ESG 인증자격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한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신뢰할 수 있는 ESG 정보의 제공을 위해서는 인증이 필수"라며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인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증 자격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증제공자(기관) 인가기준, 인증자격(개인) 시험·교육 제시 = 이날 제안된 인증자격제도 도입방안에는 인증제공자(기관)를 회계법인으로 제한하지 않고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인가받은 기관'도 인증제공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EU(유럽연합)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다만 '인가받은 독립된 인증서비스제공자'에게도 회계법인과 동일한 인증품질(인증기준, 윤리기준, 품질관리기준 등)에 대한 요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전 교수는 인증제공자 인가 요건에 대해 '자격요건을 가진 10명 이상의 인증인 확보, 인증제공자 내 품질관리시스템의 구축 등'을 예로 들었다. 이는 현재 상장법인에 대한 회계감사를 '인력요건과 물적 설비 및 업무방법, 심리체계, 보상체계 등' 금융당국의 심사 요건을 통과한 회계법인에 한해 가능하도록 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ESG인증제공자에 대한 인가는 지속가능성 공시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이 맡는 방안(금융감독원 등에 위임)과 별도의 ESG인가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일반 ESG 정보 인증제공자의 인가'와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제공자의 인가'를 분리해서 온실가스 검증기관 인가는 환경부에서 맡는 것을 제안했다.

ESG인증(개인) 자격제도 운영과 관련해서는 재무제표 감사 등을 참조해서 '일정한 자격과 역량'을 기본원칙으로 정했다. 지속가능성 관련 특정 과목이 포함된 시험에 합격하고 일정기간 실무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기존 ESG 관련 분야 전문가(공인회계사 등)와 기타 인증인(비전문가)을 분리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밝혔다. 기타 인증인은 ESG 일반론, ESG 공시기준과 인증기준, 윤리기준, 실사 등에 대한 시험과 교육 등을 받도록 하고, 기존의 ESG 관련 분야 전문가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을 고려해 일부 시험이나 교육을 면제하는 방식이다. 전 교수는 "ESG인증 준비과정에서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의 역사와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ESG 정보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의 연계성과 일관성을 함께 고려한 인증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인증 의무화, 대부분 회계법인이 맡아 = 해외에서도 국가공인 ESG 관련 자격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구를 중심으로 ESG 관련 교육과 시험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호주 등에서는 공인회계사회가 ESG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날 '글로벌 ESG인증제도 현황'을 발표한 선우희연 세종대 경영대학 교수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ESG 인증을 의무화했다"며 "EU 미국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인도는 인증 의무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2021년 기준 인증 대상 기업의 98%가 법정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ESG인증을 받았고, 스페인은 인증 대상 기업의 81%(98%)가 법정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이탈리아 역시 대상기업의 93%(100%)가 법정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선우희연 교수는 "대부분 국가에서 법정감사인 및 법정감사인 이외의 인가받은 독립된 인증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ESG 인증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탈리아는 공인된 감사인으로 한정했고, 싱가포르는 비회계법인의 경우 회계법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자격사항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경우 ESG 관련 자격증 대부분은 발급기관이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을 응시해 취득하며 자격증 지원을 위한 특별한 요건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상장사협의회,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금융위는 이날 인증자격제도 도입방안과 토론에서 나온 내용 등을 수렴해 조만간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금융위 발표 로드맵에는 제3자 검증체계에 대한 내용도 담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증인의 자격요건과 함께 책임을 담보하는 장치 없이 인증업무가 수행될 경우 신뢰성 제고라는 인증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인증제도 관련 제반 규율체계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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