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싱크탱크(입법조사처), 윤석열정부 '담대한 구상'에 "이상주의"

2023-08-18 11:15:03 게재

'신통일미래구상'엔 '좋은 말 백화점'

'대북 강경 정책 전환·국회 소통' 강조

강도 높은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회 싱크탱크인 입법조사처가 강경일변도인 윤석열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주목된다. 압박 전력과 함께 유화적인 정책을 섞는 멀티트랙을 구상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신통일미래구상엔 '좋은 말 백화점', '담대한 구상'엔 '이상주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18일 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외교안보팀 이승현 입법조사관은 '2023 국정감사 이슈분석'을 통해 "대북제재는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효과의 한계 또한 나타나고 있다"며 "대북제재를 통한 압박과 함께 북한을 핵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한 유화적인 정책의 수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북제재 조치가 북한의 체제 내구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결렬로 평가되고 무덤 속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됐던 미국-이란 핵 협상도 물밑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고 이를 통해 잠정 합의를 도출하려 하는 국제질서 변화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에 대한 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 외에 북한을 핵 협상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 초 통일부가 대통령 연두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윤석열정부의 '신통일미래구상'에 대해서는 "구상을 실현할 전략이나 실천방안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구상의 제도화, 전략, 액션플랜 등이 체계 없이 섞여 있는 상태로 좋은 말을 모아서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놓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어 "새로운 통일미래구상이라고 명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며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을 위한 더 나은 미래'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라는 개념에 대해 "구태의연하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남북관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공감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상이며 국민 소통이 필요한 사업이라 판단됨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대한 촘촘한 보고와 대화·소통의 장이 마련되고 있지 못한 채 진행돼 왔다"고 했다.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이 제시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행정부가 협력했던 대화와 소통의 방식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통일구상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와 보다 긴밀한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고도 했다.

이 입법조사관은 "한미간 대북공조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의 달성이 요원한 상태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며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언은 '이상주의' 혹은 '원칙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호응해올 경우 '즉시 추진'하겠다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전환해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담대하고 구체적인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압박과 더불어 비압박적인 수단도 동원하는 멀티트랙의 구상과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