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회계사 취업시장 위축 … 빅4(대형 회계법인 4곳), 채용인원 감축 '속도조절'
2023-08-23 11:17:44 게재
경기침체 여파, 신규 채용목표 대폭 낮추려다
미취업자 우려에 '인력 초과' 감수하며 조정
800명에서 950명으로, 중견회계법인도 채용 나서
2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채용인원을 전년 대비 대폭 줄이는 안을 검토했다가 최근 '필요인력을 초과하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채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다.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340여명 가량을 채용했으며 올해는 300명 안팎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90명을 채용해 가장 많은 신입 회계사를 확보한 삼정회계법인은 올해도 350명 가량을 채용할 계획이다. 전년 대비 10% 가량 인원이 줄었지만 다른 회계법인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채용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전년 대비 30% 가량 채용인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30여명을 채용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150~160명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영회계법인은 전년도 280여명에서 올해 120~140명 수준으로 채용 인원을 절반 가량 줄이기로 했다.
빅4의 신입 회계사 채용이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것이지만 당초 업계에서 800명대로 예상했던 채용규모는 950명 안팎으로 늘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퇴사를 밝힌 회계사들이 나오고 있어서 최종 채용 인원은 유동적"이라며 "매년 목표 인원보다 많이 뽑았던 점을 고려하면 300명 안팎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는 "1~2년차 회계사들이 업무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3~5년 후를 내다보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채용 인력을 크게 줄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합격자가 발표되면 회계법인들은 채용인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빅4 회계법인은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2차 시험 합격자 발표 전부터 채용절차를 시작해서 면접 등을 거쳐 합격 통보를 하고 있다. 최종 합격은 회계사 시험 결과에 따라 결정되고, 복수의 회계법인에 합격한 신입 회계사들의 경우 취업할 곳을 선택하게 된다.
올해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인원은 1100명으로 지난해와 같은 규모다. 지난해 합격자수는 1237명으로 최소 선발 예정인원을 크게 상회했고, 빅4에서 1200명 이상을 채용해 사실상 신입 회계사 대부분이 빅4에 취업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합격자수가 1100명으로 최소 선발 예정인원 정도에 그치더라도 150명 가량은 빅4 취업이 어렵다. 이마저도 빅4에서 950명 가량을 채용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하고 당초 예상됐던 800명대로 줄어들면 300명 가량의 신입 회계사는 중견·중소회계법인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중견회계법인 중에서는 성현과 서현이 각각 30여명, 20여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나머지 회계법인들이 채용에 나서도 빅4를 제외하고는 150~200명 정도만 취업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빅4의 채용 규모에 따라 미취업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빅4에서 950명 가량을 채용할 경우 미취업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의뢰하는 회계업계 일감이 감소하고, 회계사들의 낮은 퇴사율이 빅4의 신규 채용 인력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자본시장과 스타트업 시장 위축 등으로 해당 업계를 비롯해 다른 분야로 이직하려는 회계사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금융당국의 회계제도 개선이 회계법인의 매출 감소로 이어져 인력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빅4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의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도입 시기를 내년에서 2029년으로 5년간 유예하면서 대형 회계법인들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됐고, 현재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견회계법인 관계자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외부감사인 지정을 빅4로 제한하는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제 개편'으로 중견회계법인들도 매출이 감소함에 따라 신입 회계사 채용 여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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