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15대 국회가 이승만 동상 설치에 2년 걸린 이유
진보진영 반대에 신한국당도 "경제 어렵고 반대 있는데 강행 안돼"
1997년 15대 국회때 보수진영 제안, 1999년 통과
진보진영 '친일·반의회 행태' 따져가며 '반대' 나서
2년간 심사·자문·토론 거친 후 상임위·본회의 통과
한영애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과거에 중원 천리 만주벌판에서 풍찬노숙을 하면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같이 초근목피하면서 뛰던 독립운동가들을, 정파를 달리하는 많은 지도자들을 결국 권력을 장악하면서 암살했고 투옥했고 건국 초기 정치참여에 소외시켰고 독재자의 길을 갔다"며 "반의회주의자요 독재자로서 이미 심판받은 그 사람을 국회의사당에 동상을 건립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고 했다.
국창근 의원은 "친일세력과 손잡고 정권을 잡고 1948년 제헌의원에서 만든 의회내각제 중심의 헌법 초안을 권력욕에 사로잡혀 대통령제를 가미하는 안을 하는 경우 대통령직을 맡지 않겠다고 고집해 바꿔버렸다"며 "1948년 친일파 구속 재판 처벌을 위한 반민특위관련 의원 6명을 공산당이라는 혐의로 체포해 특위활동을 무력화했고 결국 반민특위를 해산해 버렸다"고 했다. 또 발췌개헌(1952년), 사사오입개헌(1954년), 국가보안법·지방자치단체장 임명제 일방 통과(1958년), 3.15 부정선거(1960년) 등을 지목하며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의회민주주의의 나쁜 전통을 만든 장본인의 흉상을 건립한다는 것은 반역사적 행위"라고 했다. "국민적 화해가 이뤄진 일이 한 번도 없다"며 "역사적 평가가 이승만 박사의 독재자로서의 국민 가슴속에서 용서해 주어여 된다고 하는 그런 절차가 한 번도 없었다"고도 했다.
이 안건을 제안한 목요상 운영위원장은 "3당 원내교섭단체간 협의를 거쳐 이 안건이 상정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표결 통과'를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자 신한국당 권철현 의원은 "지금 이 시점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흉상건립문제가 여야간에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결 강행처리해서까지 해야 될 문제인가를 생각할 때는 그 부분에 찬성할 수가 없다"고 막아섰다. 결국 이날 강행처리가 좌절됐다.
다음날 신한국당 원내총무인 목요상 운영위원장은 박상천 새정치국민회의 원내총무, 이정무 자민련 원내총무와의 협의 결과를 전하며 "상건립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청회도 개최하는 등 보다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 후 처리하기로 하였다"고 했다.
이승만 흉상 건립의 건은 1997년 11월 14일 보수정당 신한국당과 자유민주연합의 원내총무인 목요상·이정무 의원 외 64명이 제출했고 같은 달 17일에 운영위에 상정됐다. 18일에 상건립자문위 구성을 합의했다. 1998년 4월 28일에 고병익 전 서울대 총장(위원장)과 함께 채문식·김재순·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류근일 조선일보 논설위원, 송진혁 중앙일보 논설위원, 남중구 동아일보 통일연구소장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상건립자문위는 1999년4월28일에 구성돼 5월 14일 심의했고 이승만 흉상 건립을 결정했다. 11월 26일 운영위에서 새천년민주당 원내총무인 박상천 운영위원장은 "상건립자문위원회의 논의내용을 존중해 이승만 박사의 상을 건립하도록 한다"며 "이의 없냐"고 물은 뒤 가결을 선포했다. 12월 2일 본회의에서는 이미경 의원과 이수인 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섰다. 이미경 의원은 "이승만 박사는 사사오입, 백골단, 땃벌대, 3.15 부정선거 등 헌정과 민주주의 원칙을 위배하고 국회를 무시한 사례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결코 모범이 될 수 없다"며 "국회에 세우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고 했다. 이수인 의원은 "48년 5월에 제헌의회가 성립됐는데 7월 20일에는 대통령으로 취임해 3개월밖에 의회에 계시지 않았다"면서 "일제청산을 위한 반민특위 저지, 장기집권을 위한 발췌개헌안 통과, 사사오입 개헌안이라는 반의회주의 표본적인 작태"를 짚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의회에 적대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결국 다음날 표결에 들어갔고 재석 181인 중 찬성 127인, 반대 34인, 기권 20인으로 가결됐다.
육사의 홍범도 동상 이전 문제에 대해 '복합적 경제위기'에 소모적인 이념적 논쟁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24년 전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건립'과 관련한 국회 안에서의 '숙고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6일 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홍범도함 개명 논의와 관련한 질문에 한덕수 총리는 "해군 등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국방부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홍범도 동상 이전문제도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많은 논란을 야기하는 동상 이전이나 함 개명 문제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