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 갑질을 호소하는 후배 스타트업

"네이버·카카오, 스타트업 혁신 가로막는 괴물"

2023-09-20 11:30:31 게재

닥터다이어리·스마트스코어, 김범수에 국회 해명 요구

뉴러, 네이버 아이디어 도용 주장 … 이해진 해결 주문

네이버·카카오 "기술빼간 적 없는 독자 서비스" 반박

"카카오는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스타트업의 '화수분'은 커녕 스타트업시장을 잠식하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스타트업들이 카카오의 갑질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무경 의원,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 송재윤 닥터다이어리 대표. 사진 한무경 의원실 제공


19일 국회 소통관, 송재윤 닥터다이어리 대표와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는 카카오의 기술탈취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저 같은 스타트업을 짓밟고 지금의 네이버가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남지 않도록 해결해 주시길 바랍니다."

13일 중소기업리더스포럼이 열린 제주 롯데호텔. 김려흔 뉴려 대표는 울먹이며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스타트업들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갑질을 공개적으로 고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성공한 벤처 1세대 혁신기업으로 꼽힌다. 스타트업은 이들의 성공을 보며 창업한 후배 벤처인들이다. 후배 스타트업들이 벤처 1세대 선배들이 혁신을 가로채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혈당관리 앱 갈등 = 닥터다이어리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식단 체중 운동 칼로리 혈당 혈압 등을 관리하는 혈당관리플랫폼을 개발했다. 현재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해 슈퍼 앱으로 불린다.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글로벌 연속혈당측정기(CGM)기업 데스콤과 손잡고 연내 모바일혈당관리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닥터다이어리는 "협력을 미끼로 핵심정보를 빼내 카카오헬스케어로 흘러들어갔다"며 반발했다.

닥터다이어리에 따르면 2020년부터 카카오 자회사와 기업설명회, 협업을 진행하며 수차례 핵심정보를 카카오헬스케어에 공유했다. 양사 협력방안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에까지 보고됐다.

송 대표는 "카카오는 바이오헬스케어시장 진출을 목표로 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AI 연구전문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각각 투자와 사업협력협약서(MOU), 기밀유지약정서(NDA)를 맺으며 닥터다이어리의 기술정보 일체를 제공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갑자기 진행되던 협력관계를 끊더니 카카오헬스케어라는 별도 법인을 신설하고 닥터다이어리 투자사 임원까지 전격 영입한 뒤 우리와 동일한 혈당관리플랫폼사업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헬스케어는 CGM 기기 제조업체와의 협력과 인공지능(AI)기술 역량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카카오헬스케어의 감마프로젝트는 CGM 기반 서비스로 아직 출시되지 않아 유사성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줄곧 "기반기술이 다른 데다 닥터다이어리 자료를 공유받은 적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골프솔루션으로 분쟁 = 골프장 IT솔루션 스타트업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와 분쟁 중이다.

스마트스코어는 31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골프플랫폼이다. 골프장 예약을 비롯해 골프장 정보, 스코어 관리, 골프 투어 등 골프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분쟁핵심은 3가지다. △서비스를 모방한 기술복제 △카카오VX가 무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스마트스코어와 계약을 해지하는 골프장에 보조금을 지원해 영업을 방해한 불공정거래 △스마트스코어 관리자 페이지 해킹 건이다.

박노성 부대표는 "스크린골프로 시작해 골프예약과 관제시장까지 진출한 카카오VX는 스마트스코어의 핵심 직원까지 빼내어 가는 것도 모자라 타사의 관리자 페이지를 장기간 무단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스코어에 따르면 카카오VX 직원들은 2년간 총 800여회의 홈페이지 해킹을 시도했고 이중 600여회가 성공했다. 사실이 공개된 지난 4월 카카오VX는 사과와 원만한 해결을 약속했다.

박 부대표는 "대기업이 대놓고 영업비밀과 기술을 무단으로 빼갔다"면서 "사과 약속을 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축소 은폐는 물론 물타기용 언론플레이와 시간끌기용 소송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카카오는 "골프장솔루션을 개발하면서 스마트스코어 앱을 참고하거나, 계약해지 시 골프장에 위약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일본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1995년 관련 기술이 업계에 도입됐고 2008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업계에 보편화된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은 스마트스코어가 카카오VX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등 금지청구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스마트스코어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 및 민사소송을 통해 법적인 책임과 혐의를 끝까지 가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커머스서비스 도용 논란 = 이커머스 '원플원'을 운영하는 뉴려(대표 김려흔)는 네이버와 갈등을 빚고 있다. 김 대표는 " 네이버의 쇼핑서비스 '원쁠딜'이 자사의 '원플원'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뉴러는 2021년 9월 원플원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원플원 앱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하나 구매하면 하나를 더 제공하는 온라인쇼핑몰이다. 원쁠딜은 네이버쇼핑 서비스 중 하나다. 2021년 12월 출시됐다. 특정시간 동안 1+N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핫딜' 서비스다.

뉴러 원플원이 네이버 원쁠딜보다 3개월 먼저 출시했고, 베타서비스도 1년 앞섰다. 뉴러는 공개 투자설명회도 한 상황에서 네이버가 원플원과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김려흔 대표는 "6년이 넘는 시간을 고생하며 출시한 원플원 서비스가 네이버 표절로 물거품 됐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6년간 전국 각지 농장과 제조시설을 뛰어다니며 거래처를 마련했다. 서비스 시작한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월매출 1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네이버 원쁠딜 출시로 매출이 급강하했다. 영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김 대표는 네이버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네이버 담당자도 수차례 만났다. 네이버 답변은 2019년부터 원쁠딜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고 서비스방식도 원플원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는 "1년 9개월 동안 네이버는 직접적인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말한다"며 분개했다.

네이버는 "원쁠딜과 뉴려의 원플원은 다른 서비스 모델"이라고 밝혔다. 핫딜이라는 특성상 한정 수량으로 특정기간에만 판매되고, 진행 기준이나 수수료 부과체계 등도 다른 서비스라는 것이다.

네이버는 "원쁠딜 서비스 준비과정에서 뉴려의 원플원 서비스를 참고하거나 아이디어를 도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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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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