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인공지능 수요 크지만 투자·활용 미미
2023-10-10 11:23:36 게재
회계사 66.3% "회계업계에서 AI 중요"
소속 회계법인 집중투자 응답 '6.5%' 그쳐
응답자 80.4%, 업무활용 경험 거의 없어
10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한 회계·세무와 감사연구(96호)에 실린 '공인회계사 및 회계법인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회계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6.3%는 회계업계에서 AI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5점 척도에서 매우 중요하다(5점)고 답한 비율은 38%, 4점은 28.3%로 나타났다.
하지만 회계사들의 중요성 인식과 달리 소속 회계법인의 AI투자에 대해서는 6.5%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5점)고 답했다. '별로 투자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65.2%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80.4%는 '지난 12개월간 업무에 AI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1점)고 답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나현종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회계업계에서 AI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대체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지만 이러한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실제 응답자들의 인공지능 활용 경험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회계업계의 AI에 대한 인식과 활용을 설문조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연구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43개 회계법인 소속 92명의 회계사를 상대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감사업무 비중이 56.7%로 가장 높고, 세무(14.4%), 품질관리(13.5%), 컨설팅(8.7%) 순이다. 임원 비중은 6.7%다.
이들은 향후 AI 활용 희망 분야에 대해 감사업무(30.4%)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업무자동화(21.7%), 재무제표 분석/가치평가(18.5%), 기타 감사업무(13.0%), 시장 및 산업 리서치(9.8%) 순으로 답했다.
나 교수는 "업무자동화 부분에서는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해 자료를 작성하는 등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것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러한 응답들에서 연구진은 개별 분류 범주가 상호 교차되는 응답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개별 회사의 계정 원장 등의 원자료(Raw Data)를 입력하고, 샘플링하며, 해당 데이터에서 일관된 패턴을 찾아내는 작업을 자동화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부정을 적발하거나 감사 업무에 사용하는 등의 활용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문에 응답한 회계사들은 감사업무나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상당한 데이터 입력과 반복 작업이 소요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이러한 작업을 인공지능을 통해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약 63.1%는 국내 회계법인이 인공지능에 투자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답했으며, 투자 필요가 없다는 비율은 17.3%에 그쳤다. 대형 회계법인과 중소형 회계법인 소속 응답자 모두 투자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필요성에 부정적인 응답자들은 '비용'(53.5%)과 '적용의 한계'(33.3%)를 그 이유로 꼽았다.
나 교수는 "회계업계에서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업계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되며, 궁극적으로 자본시장의 효율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개별 회계법인의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73.1%는 AI와 관련된 정책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답했다.
외국의 대형 회계법인들은 AI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감사 업무의 30%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은 2020년 AI에 9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교수는 "전 세계 회계업계가 AI와 관련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AI를 회계 프로세스에 도입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 국내 회계업계의 AI 도입 및 활용에 대한 인식과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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