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창업 30년 기업 생존 비결은-다산네트웍스
"한우물 파기 넘어 다각화로 안정화"
'변화에 대한 갈망' 에서 창업
기업 성공은 '살아 남는 것'
내일신문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국내 기업 가운데 창사 30주년을 맞은 기업 2곳 대표(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를 만나 창업부터 생존까지 30년간의 역사와 비전을 들어봤다. 두 기업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국내 대표적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산네트웍스는 지난해 기준 계열사 17개, 직원 2000여명, 매출액 8000억원을 기록한 국내 대표 중견 기업이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이 자동화 장비사업을 위해 1993년 설립한 '다산기연'이 모체다. 다산기연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시대가 열리는 것을 기점으로 네트워크장비 개발에 눈을 돌렸고 사명도 다산인터네트(1999년)를 거쳐 다산네트웍스(2002년)로 변경했다. 다산네트웍스는 설립 후 30년 동안 IMF외환위기 인터넷버블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수없이 많은 부도위기와 경영권 매각 등의 부침이 있었다. 하지만 남 회장은 그 때마다 직원들과 똘똘뭉쳐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의 다산그룹을 이뤄냈다.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다산타워에서 만난 남 회장은 2시간에 동안 담담하게 30여년 기업가로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 회장은 '변화에 대한 욕구'를 기업가 정신의 기본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가의 성공은 '살아남는 것'이라며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했다.
그는 시대나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도 기업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고 했다. 다산네트웍스는 경영 안정화를 위한 방편으로 2010년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서 현재의 그룹사 모습을 갖췄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어려운 창업이 길로 들어선 이유는 무엇인가.
대우자동차 6년을 다닌 뒤 대기업에서는 내가 열심히 한다고 인생 역전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기업을 나와 2년을 중소기업에서 도전에 나섰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남의 회사가 아니라 자신의 회사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1991년 은행에서 창업자금을 빌려 '코리아 레디 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 수입회사를 차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기업가정신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안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내 인생에 대한 문제의식, 불만족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변화에 대한 욕구, 인생 역전에 대한 욕구, 나도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은 (성공여부가)불확실한 도전을 못한다. 이 때문에 먹고 살 만한 사람한테는 창업하라는 얘기 안한다. 세상에 불만인 사람을 만나면 닥치고 창업하라고 얘기한다.
■기업가의 성공은 무엇이라 보나.
30년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4전5기 끝에 현재까지 왔다. 기업가의 성공은 살아남는 것이다. 기업의 크기나 돈을 얼마나 버는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사업을 중단 없이 계속 할 수 있다면 그게 성공한 거다. 운 좋으면 돈을 많이 벌 것이고 회사도 커질 것이다. 내가 회사 키우고 싶다해서 커지는 것도 아니고 돈 많이 벌고 싶다고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와 기뻤을 때는
IMF외환위기 때가 가장 힘들었다. 직원들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용역을 통해 달러를 벌어 부채를 갚아 살아 남았다. 두 번째로 힘들었던 것은 2004년 인터넷버블이 꺼지면서 적자로 인해 지멘스로 경영권을 넘길 때였다.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IMF를 이겨내고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던 2000년 4월이다.
■ 30년 지속할 수 있는 철학이나 문화가 있을 것 같은데
우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믿고 역할을 나누면서 일해왔다. 나는 사람 속에는 선과 악이 중첩돼 있다고 본다. 여건이 좋으면 선이 발현되고 여건이 나쁘면 악이 튀어나올 수 있다. 하지만 80~90%는 선이 발현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선이 발현될 수 있는 관계와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보다 월급을 더 줄 수는 없었지만 다닐 만한 회사를 만들려 했다. 또한 핵심 인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등을 통해 특별관리를 했다. 경제적인 보상뿐 아니라 열심히 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10여년간 다양한 사업으로 다각화 했다. 이유는
2012년 쯤 사업을 돌아보니 3~4년에 한번씩 망할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더 안정적인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업을 하려면 '한우물을 파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는데 사업 측면에서 보면 옳은 말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다각화, 시장 다변화가 살 길이라 판단했다. 재벌들이 '문어발 경영'이라고 비판을 받지만 생존을 위한 수단일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제조업도 서너 개로 늘리고 스타트업도 10개로 늘렸다. 사업을 다각화한 이후 우리 회사는 큰 위기가 없었다.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타이밍'을 아는 것이다. 사업을 벌려야 할 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때가 언제인지 아는 것이다.
■평소 최저가입찰제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는 것으로 안다.
내가 대기업 가격 후려치기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혁신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없다. 모든 게 가격이 우선이다. 선진국에서는 정부든 기업이든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구매를 하지 않는다. 예산 범위 내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값을 줘야 우수한 상품을 만든 혁신이 계속 나올 수 있다. 최저가 방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뿐 아니라 구매자인 정부나 기업에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