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최소 17만명 불법사금융 내몰려

2023-11-08 11:09:55 게재

'법정 최고금리' 인하 후 중저신용자 대출시장서 밀려

최하위 차주 6.2% 줄어 … "연동형 최고금리로 바꿔야"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낮아진 이후 중·저신용자들의 제도권 대출시장 접근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던 시기에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이 확대되고 중·저신용자들의 금융환경은 더 나빠졌다. 특히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저신용자들의 신용대출 이용 감소폭도 커서 이들 상당수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렸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서민금융연구원이 NICE신용정보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신용등급별 가계신용대출 차주와 대출잔액 추세'에 따르면 2020년말 신용대출 차주수는 1225만명에서 올해 6월말 1200만명으로 25만명(2%) 감소했다.

특히 신용평점 5구간(상위 40~50%) 차주수는 2020년말 115만명에서 올해 6월말 95만7000명으로 16.7% 줄고, 같은 기간 6구간(하위 40~50%) 차주수는 234만7000명에서 200만명으로 14.5% 감소했다. 중신용자인 5~6구간 차주수가 54만명 줄어든 것이다. 반면 7구간(하위 30~40%)은 같은 기간 2.7%, 8구간(하위 20~30%)은 1.8% 차주수가 증가했다. 5~6구간에 있던 차주들이 7~8구간으로 밀려난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경기침체, 금리인상, 금융회사의 보수적 대출 형태 등으로 종전 5~6 중위 구간 이용자들은 하위 구간으로 이동해 7구간 이하에서 상당수를 흡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출 접근성 악화로 하위 구간 이동이 컸다면 최하위 등급인 9·10구간 차주수가 더 크게 늘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9구간(하위 10~20%)은 2020년말 52만8000명에서 올해 6월말 52만2000명으로, 10구간(하위 10% 이하)은 같은 기간 224만9000명에서 208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9~10구간에서 줄어든 17만1000명(6.2%)은 제도권 금융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후 상위 구간의 신용접근성은 높아진 반면, 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접근성은 악화됐고, 특히 중신용자들의 신용 접근성은 크게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2배 가량 올랐지만 대출 이자는 법정 최고금리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면서 서민 대출 시장이 빠르게 위축됐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고정형 법정 최고금리 구조를 대부금융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장 금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연동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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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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