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면서 동네·이웃 희망 기원

2023-12-22 11:10:57 게재

강동구청 앞마당 이색 트리

주민들 소망담아 새해응원

"내년에 중학생이 됩니다. 학교생활 잘하게 해주세요." "반 배정을 잘 받으면 좋겠어요. 같은 반이 되고 싶은 친구가 있어요."
이수희 강동구청장이 어린이 등과 함께 올해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혔다. 사진 강동구 제공


한파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성내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학생 몇몇이 가까운 구청 앞마당 '열린 뜰'로 향했다. 지난 5일부터 저녁이면 일대를 따뜻하게 비추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아이들 목표다. 소원지에 새해 소망을 적어 트리에 매달고는 한켠에 세워진 자전거 발판을 굴렸다. 자전거는 움직이지 않고 트리 한 가운데 '행복하세요'라는 문구가 반짝인다. 전기를 생산하는 자전거다. 6학년 노하원 학생은 "평소에 자전거를 타는데 전기가 만들어지는 줄은 몰랐다"며 "다른 분들 행복을 기원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2일 강동구에 따르면 구는 트리를 통해 주민들과 함께 따뜻한 연말과 희망찬 새해맞이를 기원한다. 트리에 개개인이 원하는 소망부터 적어 매달 수 있도록 했다. 소원을 적는 엽서에는 지역 발전을 위한 기원도 담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유치가 하나. 고덕동과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다리 이름을 고덕대교로 확정하자는 것도 주민들 공통된 바람이다.

트리 옆에는 대형 호두까기 인형을 세웠다. '안 좋은 기운은 깨부수고 좋은 기운을 2024년으로 가져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전기를 생산하는 자전거처럼 환경을 생각하자는 뜻도 있다. 플라스틱이 아닌 건축용 종이로 제작, 재활용이 가능하고 폐기할 경우 분해도 쉽다. 구는 트리가 철거되는 내년 1월 이후에는 장난감도서관 등에 순회 전시, 아이들과 함께 환경을 이야기하는 소재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22일까지는 각 초등학교 신청을 받아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며 이웃 희망을 기원하고 작은 호두까기 인형을 만드는 체험을 하도록 했다.

강동구는 지난 2012년부터 단순히 연말연시를 밝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주민과 공유하는 트리를 만들어오고 있다. 2014년까지 3년간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를 알리기 위해 폐기된 용품들을 재활용한 트리를 설치했다. 신호등이나 아이들 놀이용 고무공 등이 트리 장식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5년부터 2년간은 우유 상자와 도로 안전용품 등 폐품과 잡동사니를 이용해 트리를 세웠고 코로나19로 힘든 한해를 보냈던 2020년 겨울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내는 '희망 보석'으로 집단 치유를 시도했다. 민선 8기가 시작된 지난해에는 매주 800명씩 소망과 희망을 적어 트리에 매달았다. 성내동 주민 유니나(46)씨는 "트리를 통해 환경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던 점을 기억하고 있다"며 "구청 앞을 오가는 길에 한번씩 더 눈길을 주게 된다"고 평가했다.

강동구는 내년 1월 19일까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만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전시하는 한편 트리 본체는 이후에도 재사용할 계획이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열린 뜰에 오셔서 이색 트리에 희망 문구를 남기고 자가발전 자전거를 즐기셨으면 한다"며 "내년 푸른 용의 기운을 받아 강동구가 더욱 힘차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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