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작년 4분기 GDP 3.3% 상승 … 경기 연착륙 기대 증가

2024-01-26 11:12:05 게재

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 2.5% … 예상치 상회

개인소비 2.8% 증가 … 경제 전반 성장세 견인

미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3.3%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연간 성장률은 2.5%로 집계됐다. 고금리와 고물가 지속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노동시장으로 높은 수준의 가계 소비가 지속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견고한 노동시장이 소비력 지지 = 2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3.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0%)를 1.3%p나 웃돈 수치다. 연간 성장률 2.5% 또한 1%대 후반 대로 추정되는 미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웃돌았다.

미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압박 속에서도 개인소비와 고정투자 확장이 이어지며 지난해 3분기 4.9%라는 이례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 들어서도 3%대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탄탄한 회복력을 과시했다. 개인소비는 재화와 서비스 모두 증가했다. 고정자산투자는 비주거용과 주거용 모두 늘며 4분기 째 증가했다. 수출과 수입 모두 증가해 양호한 대내외 여건을 시사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개인소비가 4분기에도 2.8% 증가해 경제 전반의 성장을 견인했다. 개인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4분기 1.91%p에 달했다.

작년 10월 학자금 대출 상환 개시, 자동차 파업에도 소비 확장은 계속 이어졌다. 앞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성장세가 작년 4분기부터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견조한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연말 소비시즌 예상을 웃도는 '깜짝 소비'가 이어지면서 4분기에도 3%대의 강한 성장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간 경제성장률을 보면 핵심은 소비였고, 견고했던 노동시장이 소비 지지력의 근간이었다"며 "향후 경제성장 지속은 노동시장의 연착륙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견조한 성장세 지속 전망 =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며 대규모 실업을 초래하지 않고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가 더욱 커졌다.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강한 성장세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시카고경제클럽 연설 후 "4분기 성장률 결과는 강하고 건전한 지출과 생산성 향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 인플레이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제조업 재고 확충과 주택투자가 올해 미국 경제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미국 전체와 헬스케어 업종의 노동생산성은 추세선 위에 있으므로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아직 고용시장 확장 여력이 남아있다"며 "2024년에도 미국 고용 시장이 확대국면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그는 "고용시장이 확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구간에서 미국의 제조업 재고 확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이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이는 금리 경로를 통해 미국 주택경기 성장을 뒷받침해 미국 경제가 확장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기대했다.

◆FOMC 주목 … 금리인하 시기 주목 = 다만 예상 밖 경기 호조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을 후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에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시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책금리 동결 결정보다 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인하의 시기를 가늠하려는 움직임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되면서 3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더욱 낮아졌다. 미국 물가 둔화세가 지속될 경우 2분기 중 경기 연착륙을 위한 예방적 금리인하가 가능할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베버리지곡선이 팬데믹 이전으로 복귀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기업의 구인 건수가 줄어들 경우 실업률의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연준의 입장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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