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광명성3호 발사와 남북관계

2012-04-25 14:03:14 게재

북한의 광명성3호 발사로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이 연출되고 있다. 북미관계, 남북관계 모두 지난 4년 동안 여러 차례 번복됐던 패턴에 따라 돌아가고 있다.

왜 한반도는 주기적으로 긴장을 겪어야만 하는가?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 누군가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일은 긴장을 불러오는 주범이 북한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긴장을 원하지만 미국도, 일본도,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한반도가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에게 필요하다.

일본도 그 긴장을 구실로 MD(미사일방어망)도 구축하고 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 자위대역할을 확대해 나가려 한다. 한국도 보수진영을 결집시키고 군사력을 강화하는데 긴장이 필요하다. 북한이 긴장을 원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벼랑끝 전술 자체가 바로 긴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번에 찾아 온 긴장도 마찬가지이다. 산에 비가 막 쏟아지려면 누각에 바람이 가득하듯(山雨欲來風滿樓) 긴장은 광명성3호 발사에 앞서 이미 고조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마치 전쟁이라도 치를 듯 요란을 떨었다. 미국은 2·29합의 폐기를 경고했다. 한국도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발사중지를 촉구했지만 북한은 발사를 강행했다.

이제 남북 간의 새로운 대결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김정은 사무실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신종 크루즈미사일을 공개했고 북한은 서울을 통째로 날려 보내겠다고 위협했다. 또 연일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통중봉남(通中封南) 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거론하며 북한에 농지개혁을 하라고 주장하고, 북한붕괴에 의한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암시도 했다.

긴장에 대한 수요 때문에 공급도 존재

이명박정부 4년 동안 북한을 부도나는 회사취급하고 부도나면 가서 접수를 한다는 식이었다. 어찌 보면 거지취급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언론도 북한을 인간생지옥으로 요마화(妖魔化 : 겁이 날 정도로 추악하게 묘사)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을 불러온 원흉이라면 한국도 북한을 그렇게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북한을 두둔하고 싶지 않다. 경제가 어려운 나라는 대외관계에서 당당해질 수가 없다. 북한이 대외환경이 악조건이라며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경제파탄의 빌미가 될 수 없다. 북한에게 방법도 있고 타이밍도 있었지만 다 날려 보냈다. 아직까지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나라라면 어떤 변명도 설득력이 없다.

중국은 한 세기 넘게 동아병부(東亞病夫 : 동아시아의 병든 민족)라는 비하 속에 살았다. '중국인과 개는 입장 금지'라는 수모도 당했다. 원인은 가난 때문이었다. 그 아픔이 오늘의 중국을 일궈낸 동력이 되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가난하면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다. 남의 탓으로 돌리면 발전은 없다. 경제를 일궈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북한이 경제를 하루가 다르게 발전시켜보라. 한국 언론의 북한 '요마화'는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것이다.

김정일 사망 후 한·미·일은 상당한 자제를 하면서 김정은체제의 출범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5개월도 되지 않아 관망을 끝냈다. 위성발사를 계기로 김정은체제에 멍에를 씌워 놓았다. 북한체제 특성상 김정은체제 출범은 불가피했다. 위성발사로 경축행사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경제정책을 펼칠 계산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조짐도 없지 않았다.

북한 붕괴 기다리지 말고 위기관리 나서야

하지만 이것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행동이다. 북한역시 유엔 회원국이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를 위반하며 위성을 발사하고 미국에서 식량지원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김정은이 김정일에게 북한 통치를 위한 하드웨어는 물려받았지만 이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한·미·일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공세적 대응은 또 다른 대결국면을 몰고 왔다. 그 불꽃이 남북으로 튀고 있다. 긴장을 즐기면 끝이 없다. 먼 미래의 북한 붕괴에 대비하기보다 당장의 위기관리에 나서야 한다.

북한도 새로운 경제정책을 펼치며 경제부흥에 나서야 한다. 남북한은 당분간 서로를 자극하지 말고 관망하며 상황을 냉각시킬 필요가 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