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금지, 재벌생태계 변화오나 ① -지배권세습 고리를 끊자
지주회사 유도, 편법승계 차단 효과
2013-08-26 11:09:47 게재
9월 정기국회 법제화가 관건 … 경제력 집중 억제하는 보완책 도입 필요
내일신문 - 서울대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공동기획
대신 향후엔 불법·편법적인 재벌세습이 쉽지 않아 경제민주화가 진일보하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진단됐다.
이는 내일신문이 서울대학교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소장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 의뢰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박상인 교수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가칭 현대차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더라도 정몽구 정의선 등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 지분을 32%대로 확보해, 현대차(37%)와 현대모비스(30%) 등 여타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몽구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4%, 1.74%, 6.96%에 불과하다.
삼성그룹도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를 주요 고리로 한 순환출자구조를 일반지주회사(가칭 삼성홀딩스)와 비은행금융지주회사(가칭 삼성금융홀딩스)로 전환하더라도 이건희 이재용 등 총수 일가는 두 지주회사 지분을 각각 38%대로 확보해 지배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행법상 지주회사체제가 되면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만을, 자회사는 손자회사 주식만 보유할 수 있고 그 이상 건너뛰어 지분보유를 할 수 없다. 총수 일가가 향후 자녀에게 지배권을 승계하려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고 지주회사 지분을 물려줘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재벌세습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을 맞은 시점에서 나온 이번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순환출자 금지·해소를 통한 재벌의 편법·불법 세습 방지와 경제력 집중 해소를 실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가 일감몰아주기 등 불법·편법을 동원해 종잣돈과 종자기업(A)을 만들고, 종자기업 A→계열사 B→계열사 C→A의 출자 고리를 형성해 2세, 3세에게 상속세·증여세 없이 지배권을 세습하는 악습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그나마 윤곽이 잡혔다. 재벌의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순환출자 금지·해소가 의무화되면 재벌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연구를 책임진 박상인 교수는 "순환출자 금지는 재벌 세습이 불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립하고 재벌들이 스스로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집중하도록 해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자는 정책"이라며 "재벌의 현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지주회사 지정을 기업집단 단위로 변경하고 지주회사체제에 속하지 않은 계열사의 지주회사 출자를 금지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찬수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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