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금지, 재벌생태계 변화오나 ③ -지주회사제도 보완 없이 지배구조개선 어렵다
경영투명성 '성과' … 편법세습 여지 '여전'
2013-09-02 11:06:55 게재
SK그룹 지주사 전환, 현행 제도 '허점' … 기업집단 단위 지주사 지정제 도입해야
순환출자구조를 통한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편법세습을 막기 위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지주회사 제도다. 사실 재벌의 순환출자를 금지하자는 요구 이면에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비지주사체제 재벌과의 비대칭적인 규제로 인해 역차별을 받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해도 편법세습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허점이 존재한다. 순환출자 금지와 함께 지주회사제도의 보완이 요구되는 이유다.
내일신문이 서울대학교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와 공동기획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재벌의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43개 재벌 중 지주회사를 포함하는 재벌은 21개였고, 이중 6곳은 비주력회사가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있었다. 또 주력회사가 지주회사인 재벌 15곳 중 2곳은 지주회사가 다른 계열사에 의해 지배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었다.
지주회사라고는 하지만 지배투명성과 책임경영 등 지주사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이다. 'SKC&C-(주)SK-SK텔레콤-SKC&C'와 'SKC&C-(주)SK-SK네트웍스-SKC&C'의 순환출자고리를 중심으로 총수 지배권을 유지해오던 SK그룹은 2007~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해 ㈜SK가 SK에너지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투명한 구조로 변신했다.
하지만 SK그룹은 외형상 지주회사로 재편했으나 총수일가가 ㈜SK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 아니라 지주사에 편입되지 않은 계열사인 SKC&C를 지배하고 이 회사가 다시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유지했다. 지주회사의 지분을 증여하지 않고도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편법 세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지주회사와 비지주회사 재벌간 규제의 비대칭성도 문제다. 지주회사는 경제력집중을 억제한다는 취지에 따라 출자와 지분율, 부채비율 등 규제를 받는다. 또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주식을 동시에 소유하지 못한다.
반면 비지주회사체제의 재벌은 가공자본을 활용해 문어발식 확장이 용이하고 비금융계열사를 통한 금융사 지배나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 지배가 가능하다. 재벌들로서는 지주사로 전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LG와 SK에서 보듯 순환출자를 끊고 지주사로 전환하면 오히려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데도 재벌들은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며 순환출자금지에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비지주회사체제 재벌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출자비율 규제 등 출자총량규제를 도입하고 금산분리를 엄격히 적용해 지주사로의 전환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며 "또 지주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기업집단 단위로 지주사를 지정하거나 지주사체제에 속하지 않은 계열사의 지주사 출자를 금지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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