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금지, 재벌생태계 변화오나 ④ -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시뮬레이션 해보니

지주회사 전환, 저비용으로도 가능

2013-09-03 11:15:13 게재

인적분할ㆍ현물출자ㆍ주식매입 등 … 증권거래세 외 추가비용 많지 않아

내일신문 - 서울대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공동기획

삼성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데 드는 지분 추가매입은 비용으로 볼 수 없고 1000억원 이하의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정도만 비용으로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데 수조원이 들어 투자가 위축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는 내일신문이 서울대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소장 박상인 교수)'와 공동기획한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시뮬레이션 결과이다.

시뮬레이션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분 정리와 현물출자 등을 통해 삼성그룹은 삼성홀딩스(가칭)라는 일반지주회사체제와 삼성금융홀딩스(가칭)라는 비은행금융지주회사체제로 재편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재편 이후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력은 높아지게 되고 순환출자는 해소되며 지배구조 투명성은 높아지게 된다. 이를 통해 재벌의 편법ㆍ불법적 세습과 이를 용인하는 경제력 집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총수일가는 삼성전자 1%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데 2조1900억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는 정확히 말해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총수일가가 가지고 있는 현금이나 다른 계열사 주식을 삼성전자 주식으로 바꾼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즉 자산 구성의 변화이지 비용지불이 아니다.

지주회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쓰이는 실제 비용 중에는 주식의 양도, 양수, 추가 매입 과정에 수반되는 증권거래세 등 각종 세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장주식에 대한 세율 0.15%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 삼성전자 지분 1%를 추가매입하는 데 드는 증권거래세는 32억9900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현행법상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주식 처분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이연받게 돼 있다. 지주회사 주식을 팔기 전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요 계열사 자사주 매입과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 정리,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현물출자 등을 통해 고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주회사체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총수일가는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인 '삼성홀딩스(가칭)' 주식을 소유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총수일가는 일반지주회사 삼성홀딩스 지분 38.48%를 소유하게 된다. 총수일가는 삼성홀딩스 자사주 9.12%를 포함한 내부지분율이 47.6%에 달하게 돼 삼성홀딩스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삼성홀딩스는 손자회사 외 계열사들의 주식을 매각하고 일부 계열사들의 주식을 매집해 지주회사체제 틀을 갖춘다.

삼성홀딩스에서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가칭 삼성금융홀딩스를 인적분할하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 과정이 마무리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 시나리오는 지주회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총수일가가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 또는 강화하는 시나리오들 가운데 하나"라며 "적은 비용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전환 이후 계열사 지배력이 안정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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