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금지, 재벌생태계 변화오나 ⑤ - 현대차그룹 지주회사 전환 시뮬레이션 해보니
총수일가, 신설 지주회사 32% 소유
2013-09-09 11:04:19 게재
순환출자 해소 비용 6~7조는 과장 … 총수일가 그룹 지배력 '안정적'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경우 총수일가의 신설 지주회사 지분율이 32%에 달해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 세금과 부대비용 정도만으로도 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고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도 여전히 유지된다.
이는 내일신문이 서울대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소장 박상인 교수)와 공동기획한 현대차그룹 지주회사 전환 시뮬레이션 결과이다.
이 시뮬레이션은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 등 총수일가가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 또는 강화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했다. 총수일가의 현대차 지분매입과 계열사 지분정리, 현물출자, 인적분할, 공개매수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홀딩스(가칭)라는 일반지주회사체제와 현대차금융홀딩스라는 비은행금융지주회사체제로 재편된다.
총수일가는 지주회사체제 전환으로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총수일가의 지주회사인 현대차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은 32.03%가 된다. 여기에 현대차홀딩스의 자사주 비중 15.56%를 더하면 내부지분율은 47.58%로 현대차홀딩스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총수일가의 주력회사 지분율은 현대자동차 4%, 기아자동차 1.74%, 현대모비스 6.96% 수준이다.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그동안 재계가 주장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재계는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6조~7조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 직접 지분 매입 자금은 비용이 아니고 비상장사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나 상장사 매입에 따른 주식거래세가 비용으로 처리될 뿐이었다.
총수일가가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현대차 지분 2%를 추가 매입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최근 1개월 평균종가 기준으로 현대차 지분 2%를 추가 매입하는데 약 1조2267억7500만원이 필요하다.
현대차 지분 2%를 추가 매입하는데 소요되는 자금은 지주회사체제 전환 비용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총수일가 주식 보유나 재산 구성의 변화를 의미한다. 현대차 지분 2% 추가 매입 주식거래세는 유가증권 상장주식에 대한 세율 0.15%를 적용하면 약 18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주식 처분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과세를 이연받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대차그룹 총수일가는 내부지분율이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적은 비용으로도 내부지분율이 높아져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범현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