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한·중 관계와 중·미 관계

2011-01-19 11:07:53 게재

지난 한해 한중관계는 수교 후 가장 큰 진통을 겪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동안 경제협력에 주력하면서 정치 안보 면에서 넘어야 할 산을 넘지 못했다. 경제협력은 상호 의존관계를 강화하고 정치·안보협력은 상호 신뢰관계를 강화한다. 한중관계는 상호 의존관계는 강화됐지만 상호 신뢰관계는 취약해졌다.

지난해 양국은 양국관계를 가로 막을 수 있는 근원적인 원인을 접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한반도의 냉전구도이다. 한반도 냉전구도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한 한국과 중국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확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을 가장 큰 안보위협으로 보고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이유이다.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겪으면서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냉전시기를 초월한 군사협력을 모색해가고 있다.

문제는 전례 없이 강화되는 한미일 공조체계가 북한만 겨냥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변화 혹은 붕괴 혹은 흡수통일을 전략목표로 설정할 수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세계대국으로서 추구하는 전략적 이익이 따로 있다.

천안함사건 후의 지각변동이 이를 증명한다. 그 밑바탕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의도가 확연히 깔려 있다. 커져가는 중국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한미일 공조체계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중관계가 난처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인 특성 때문에 근대사 이후 늘 '적대국'과 '협력국'이라는 패턴으로 외교를 펼쳐왔다. 불행한 것은 전후 그 '적대국'이 남과 북 서로였고 양자의 '협력국'은 세계질서를 주름잡은 미국과 소련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는 미·소의 대리전을 치르며 동서냉전의 축소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중 양자관계 가로막는 장벽

최근 상황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미래질서를 주름잡을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남북한의 대결구도가 겹쳐 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은 향후 동북아질서에서 자리매김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대결의 질서와 협력의 질서가 결정되지 않은 갈림길에 있다.

지난해 중·미 간에 벌어진 갈등은 새로운 냉전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심각했다. 천안함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이 주변국과 겪는 갈등뒷면에는 꼭 미국의 그림자가 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반달형으로 포위하고 있다고 보고 미국은 급속히 부상하는 중국을 미국의 지위에 대한 새로운 도전자로 보는 것이다.

거기에 천안함사태 후의 한미일 공조가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북중관계가 반사적으로 강화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냉전시기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 것이다. 실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냉전관계로 회귀하기를 원했다. 중국과 미국이 대결의 구도를 만들어간다면 남북 갈등구도 역시 이 큰 틀을 반영하는 축소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이 동북아에서 협력의 질서로 자리매김 한다면 남북관계도는 훈풍이 불 것이다. 후진타오와 오바마의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문제는 중미관계에 미치는 한반도의 영향이다. 중국과 미국관계가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는 중미관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중미갈등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중미갈등을 급속히 증폭시킨 미항모의 항해진입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남북관계의 향방은 한국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한국은 천안함사건 후 한미일 공조를 주도해 나가면서 6자회담재개와 남북대화를 좌우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 냉전구도를 강화해 나가는 분위기이다.

냉전구도 강화는 한중 모두에 불리

그 이면에는 북한은 대화의 대상이 아닌 붕괴의 대상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어 보이고 북한이 이젠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한국이 북한의 붕괴를 목표로 한 대북정책을 펼쳐나가고 미일이 그것에 합류하면 한반도의 미래는 불가예측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위험천만한 지각변동에서 경제적이든 전략적이든 이익을 챙기는 나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한국이나 중국은 아닐 것이다.

진징이(金景一)중국 북경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