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

2012-10-18 14:36:08 게재

문화대혁명은 중국인들에게 소름이 끼치는 역사의 기억이다. 동란(動亂) 또는 내란(內亂)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부정당한다. 입에 올리기조차 싫은 광란의 역사이다.

문화대혁명을 일으킬 때 마오쩌둥의 이론은 불파불입(不破不立)이었다. 즉 파괴하지 않고는 새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큰 역사의 맥락에서 보면 맞는 말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문화대혁명은 파(破)였고 그 후의 개혁개방은 입(立)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대혁명이 없었다면 개혁개방도 있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마오가 바라던 입(立)은 아니었다.

마오가 자본주의 복귀를 막기 위해 일으킨 문화대혁명이 중국을 시장경제로 내몬 개혁개방의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문화대혁명은 어찌 보면 중국인들이 대명(大鳴), 대방(大放), 대변론(大辯論), 대자보(大字報)라는 중국식 언론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했다. 그 결과가 두파, 세파로 갈라져 '무제한적 투쟁'까지 벌인 전국적 동란이었다.

문화대혁명이 끝나면서 언론자유는 헌법에서 축출되어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이 언론자유를 빼앗겼다고 항변하는 중국인들은 별로 없다. 문화대혁명에서 그 피해를 겪을 만큼 겪었기 때문이다.

문화대혁명은 중국인들에게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쳐주었다. 결국 개혁개방 30년 동안 중국이 개혁개방에 필수적인 안정된 정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문화대혁명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대혁명이 없었다면 마오쩌둥은 신(神)에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문화대혁명은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짓부수고 중국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갔다. 마오쩌둥에 대한 절대적 숭배가 깨지면서 마오의 권위도 함께 허물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화대혁명이 개혁개방 일등공신

이는 마오가 사망한 후 그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배경이다. 마오에 대한 평가와 부정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면 중국은 개혁개방을 밀고 나갈 명분인 새로운 이념을 정립할 수 없었다. 덩샤오핑의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이념도 성립될 수 없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실천'이 덩샤오핑의 '진리'를 검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다른 한편으로 언제 어디서나 개혁이라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받기 마련이다. 중국의 개혁은 천지를 뒤바꾼 개혁이었다. 기득권세력의 저항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기득권세력을 일소한 혁명이었다. 문화대혁명 자체가 당권파, 즉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정벌이었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졌던 수많은 기득권세력은 비판을 받고 투쟁을 받고 농촌으로, 오지로 쫓겨 내려갔다. 10년 동안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가 됐다.

문화대혁명이 끝나면서 다시 권력을 잡은 이들은 개혁에 반발하는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개혁을 지지하는 참여세력으로 거듭났다. 덩샤오핑의 개혁이 혁명1세대 원로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여기에 있다.

결국 문화대혁명이 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기득권 세력을 제거하면서 개혁의 앞길을 틔워놓았다.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문화대혁명은 결국 물극필반(物極必反)의 결과로 개혁개방이라는 반대급부를 불러왔다. 문화대혁명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그렇기에 덩샤오핑도 문화대혁명을 중국인들의 재부라고 평가했다. 반면교사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보는 것이다.

'문화의 부재'가 개혁개방 좀먹어

그렇다면 문화대혁명이 개혁개방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그것은 '문화의 부재'이다. 큰 틀에서 문화대혁명은 전통문화와 서방문화를 모두 부정하면서 중국문화를 백지상태로 만들었다.

그 백지상태에서 중국은 새로운 문화를 정립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개혁개방을 맞이했다. 이 문화의 부재가 결국 오늘의 개혁개방을 좀먹고 있다. 도덕감의 상실, 질서의식의 부재, 가치관의 혼란과 같은 것들은 그 뿌리를 문화대혁명에 두고 있다.

중국 사람들이 망각하고 싶은 이 역사의 기억은 오늘의 중국을 만드는 데 거대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문화대혁명의 교훈과 그에 따라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들은 중국과 사정이 비슷한 다른 나라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