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신형대국관계와 한반도의 미래

2012-11-22 14:38:46 게재

미국과 중국이 같은 시간대에 리더십이 교체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중미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기존 대국이고 중국은 부상하는 대국이다. 전후 패턴대로라면 양국은 냉전으로 치달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는 어떻게 될까? 동방의 발칸반도로 불리는 한반도는 또 어떻게 될까? 전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아시아는 전란에 휩싸일 것이고 한반도는 또다시 전쟁의 진원지로 될 수도 있다. 중미가 냉전에 몰입하면 아시아는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고 한반도는 또다시 미소냉전시기의 역사를 재현할 수도 있다.

지난 역사의 패턴을 재현하지 말자고 나온 것이 '신형대국관계론'이다. 신형대국관계론을 먼저 주창하고 나온 것은 중국이다. 신형대국관계의 핵심은 상호존중, 호혜협력, 상호이익의 파트너 관계이다. 이대로라면 중미 양국은 대국간의 대결과 제로섬게임이었던 지난 시대의 패턴을 번복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역시 이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일단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은 양국이 경쟁과 협력을 하면서 최상의 균형을 이루는 대국관계로 나가자고 한다. 냉전으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대로라면 아시아의 태평세월은 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마찰음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이를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억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미 양국의 불신 때문이다. 결국 양국이 신형대국관계를 이루자면 무엇보다 먼저 지난 시대의 패턴과 힘겨루기를 해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중미관계는 바로 이 힘겨루기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이 힘겨루기에서의 선순위 상대는 상대방이 아닌 자기일 것이다. 양국 모두 지난 패턴의 유혹에서 탈출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에 두 마리 호랑이가 공존하는 문제

중미 양국의 신형대국관계는 가능할까? 양국은 이제 불가분의 관계를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왔다. 지난 5월의 양국 전략과 경제의 대화에서만 해도 양국은 거시적 경제 무역 투자 금융 에너지 환경 과학기술 등 분야에서 67개 협력프로젝트를 이루어냈다. 양국은 경제무역과 금융관계, 전략적 차원에서의 대화와 소통관계를 확실하게 이루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상 양국은 이미 전통적인 기존대국과 신흥대국간의 관계와는 다른 새로운 대국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기존대국과 신흥대국이 현재의 미국과 중국처럼 전방위적인 관계를 이룬 적이 없다. 신형대국관계를 이룰 수 있는 바탕이다. 일산불용양호(一山不容兩虎)라는 말이 있다. 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공존할 수 없다고 하지만 시진핑은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을 용납할 만한 공간이 있다"하면서 구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고 미국과 협력의 길을 나갈 것임을 밝혔다. 미국도 이젠 지난 시대의 패턴대로 중국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중미 양국이 신형대국관계를 이루면 한반도는 어떻게 될까? 미국과 중국의 전략게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반도를 전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게 될 수 있고 한반도 문제에서의 중미 양국의 진정한 협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핵문제, 평화체제문제, 남북한관계, 북한경제재생 등 문제에서 협력이 이루어지면 한반도는 최상의 국제환경을 맞이할 것이다. 한반도가 근대사 이후 비극의 지정학적 운명을 겪어왔던 것은 바로 대국들의 전략이 한반도를 기점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전략적 요충지'는 위험한 발상

그렇지만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미국이 중국과 대결을 벌인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대결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은 한반도를 발판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중국에 있어서도 한반도는 전략적 요충지다. 결국 동북아는 계속 지난 시대의 패턴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형대국관계는 오바마 2기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시진핑체제의 핵심키워드라 할 수 있다. 신형대국관계란 결국 역사를 새롭게 쓰자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국제관계, 국제질서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신형대국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중미만의 몫이 아닌 한반도의 몫이기도 하고 제반 동북아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 중국과 미국, 한국과 동북아는 함께 힐러리 미국무장관이 말한 것처럼 '산에 막히면 길을 내고 물에 막히면 다리를 놓으며' 나가야 할 것이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