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박근혜정부는 어떻게 자리매김할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제1기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구성 등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일련의 인사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성격과 방향설정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박근혜정부가 역사에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보다 깊이 있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특정 정부가 역사에 자리매김되는 것은 그 정부의 정책과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시대상황이라는 외적 환경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의욕만 앞세운 정책은 오히려 실패로 귀결된다. 세계 경제가 빠른 시기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경제 환경에서 정부의 단기적 경기 부양이나 일자리 창출 정책은 그럴듯해 보일 뿐, 성공하기는 어렵다. 임기 내 중산층 비중을 70%로 만들겠다는 공약 역시 현실적이지 못하다. 수치를 맞추기 위한 무리한 정책은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가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들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박근혜정부는 '관주도-재벌중심-총수요관리'라는 경제개발기의 정책기조를 답습하는 막둥이가 될지, 아니면 '창의와 혁신을 조장하는 건전한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 첫 삽을 뜨는 정부가 될지 선택할 수 있다.
'중산층 70%'는 비현실적 목표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은 세계 경제의 침체라는 외부 요인과 경제성장 단계와 어긋나는 경제개발기의 정책기조 답습이라는 내부 요인들이 혼재되어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이런 내부 요인들을 바꾸어가는 것이다. 즉, 우리 경제와 사회의 체질과 구조를 바꾸는, 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와 사회의 체질과 구조를 바꾸는 노력은 재벌개혁, 정부의 역할과 범위 변화, '졸업-취업-퇴직-퇴직 이후'라는 경제적 생애주기에 대한 예측가능성 증대,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복지안정망 구축 등 4가지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 경제적 생애주기에 대한 예측가능성 증대와 복지안정망 구축은 재정지출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고, 5년 임기 내에 모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에 반해, 재벌개혁과 정부개혁은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재정 소요 없이도 실행할 수 있는 정책들이다. 또한 재벌개혁과 정부개혁은 우리 경제와 사회의 체질과 구조를 바꾸는 가장 기초가 되는, 그래서 선결되야 할 과제이다.
특히 재벌개혁은 자생력 있는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할 것이다. 박 당선인도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공약한 부당내부거래 규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의미있는 공정거래법의 개정이 이뤄지는지 여부가 박 당선인의 재벌개혁 인식과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재벌개혁이 최우선 과제
또한 공약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기업집단 단위로 지주회사 지정제도의 변경과 지주회사제도를 채택한 재벌과 그렇지 않은 재벌에 대한 비대칭규제 문제의 해소, 금산분리의 강화 등도 중요한 정책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박 당선인이 박근혜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스스로 어떻게 규정해 가고 실천해나갈지 국민들은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실패는 결국 국민의 실패, 대한민국의 실패로 귀결된다. 성공한 정부를 바라는 것이야말로 100% 대한민국의 마음이다.
박상인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