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박 당선인에 우호적인 중국 언론

2013-01-03 14:58:41 게재

얼마 전 한국의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중국인들이 왜 보수정권인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지 물어왔다. 실제 한국 대선이 끝난 후 중국 언론은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찬양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럴까?

중국인들의 기억에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문화대혁명 10년이 막을 내린 뒤 중국인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을 충격적으로 접했다. 동서간 이념대결에서 악마의 상징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산업화의 상징으로 다가온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았다. 한국의 정부주도, 외향성경제, 무역입국, 외자유치 경험은 중국 개혁개방에 타산지석이 되었다. 지금도 박정희 대통령이 주창한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해 신농촌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느 정도는 한 데 엮여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인들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우호적인 일차적인 원인일 것이다.

중국 언론에 보도되는 박근혜 당선인은 풍우란(馮友蘭)이 지은 '중국 철학사'를 읽으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중국문화를 좋아하며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물이다. '중국통'이라는 수사까지 동원된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생역정 역시 중국인들에게는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중국 언론은 매우 우호적이다. 그래서인지 기대도 높은 것 같다.

중국인들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 것일까? 물론 우선순위는 한중관계를 잘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이다. 최근 몇 년간 한중관계에는 먹구름이 드리운 날이 많았다. 따지고 보면 원인은 한중관계가 비껴나갈 수 없는 구조적인 갈등 때문이었다. 한미동맹과 북중관계가 남북한 관계를 둘러싸고 상호작용하면서 한중관계에 파장을 불러온 것이다.

'중국통'이라는 수사까지 동원

그 근원은 남북관계에 있었다. 이명박정부 5년에 남북관계는 파국에서 무력충돌 직전까지 가면서 한중관계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남북한이 충돌을 빚을 때마다 중국은 비난을 받는 단골손님이었다. 한국은 중국이 북한을 제재하거나 압박하기를 바랐다. 중국은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품었다. 한마디로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높이 평가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김대중정부에서 한중관계가 남북관계의 영향으로 내리막길을 걸은 적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무엇보다 먼저 남북관계를 잘 풀어나갈 것을 바라고 있다. 남북관계가 풀린다는 것은 한국이 동해선, 경의선으로 중국과 러시아 나아가서 유럽과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중심지의 하나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그만큼 중국의 국가이익에도 이로운 것이다. 중국동북진흥 프로젝트의 성패가 궁극적으로 남북경협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또 중국문화를 좋아하고 중국문화에 익숙한 박근혜 당선인이 중국의 대한반도정책에 내포된 문화정신을 잘 판독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한 나라의 외교정책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 있다. 중국문화는 선이 아니면 악이고 천당 아니면 지옥이라는 서방문화와 다르다. 상대방을 개조하려 하고 상대방이 자기의지를 따르게 하는 문화와도 다르다.

중국문화는 큰 국면을 돌보고 화합을 중히 여기며 조화로움을 강조한다. 중국은 무조건 북한편이라는 생각에 앞서 중용을 앞세우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을 새겨보아야 한다.

중국 외교의 중용(中庸)문화 읽어야

자기의지를 강요하기에 앞서 궁극적으로 무엇이 대국(大局)에 유리하며 무엇이 한반도 앞날에 유리한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곧 출범하는 박근혜정부가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이끌어간다면 한중관계뿐만 아니라 역내 경제협력에도 훈풍을 불러올 것이다. 그러한 한중관계와 역내 경제협력은 역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철학과 신념, 고도의 지혜와 비전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박 당선인이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모아 새로운 남북관계를 열어가며 한중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