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박근혜정부와 시대정신
월요일 출범하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우려와 불안 그리고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우려와 불안은 역대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볼 때 분명히 보인다. 국민의 이런 우려와 불안은 박근혜 당선인의 지금까지 인사와 언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인사 실패와 소통 부재라는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따를까 걱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지 못하는 이유는 박 당선인이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믿고 있거나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박근혜정부는 소통을 통한 국민통합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의료, 연금, 사회안정망과 같은 복지정책을 생각해 보자. 대선기간 여야의 복지정책 공약은 단편적이었고, 재정소요도 과소평가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선 공약만 문자 그대로 실천하겠다는 일방주의로는 복지국가의 근간을 만들 수 없다. 지금 절실한 것은 지속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복지 마스터플랜과 정책의 우선순위와 재원확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보이다.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은 더 많은 조세부담과 예산 배분의 조정을 필요로 한다.
박근혜정부, 경제민주화 약속 지킬까
또한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비정규직 문제 해소와 연계되어 사회보장의 확대가 추진될 때 지속적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지속적 성장은 사회보장의 확대를 견인하게 된다.
여야의 건설적 정책 경쟁과 시민사회와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정책 토론 없이는, 이처럼 복잡한 정책 연계와 이해 상충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박근혜정부는 정책 소통을 통해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역시 여야가 대선기간에 한 목소리로 공약한 시대정신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재벌이라는 강력한 이해당사자의 저항을 넘을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재벌개혁 정책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핵심을 비껴난 실효성 없는, 국민을 호도하는 정책으로 귀결되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실천되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 과정에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고, 투명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소통과 통합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조성된 안보와 한반도 평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가장 강력한 안보 정책은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조성과 지지의 확보이며, 이는 정부가 야당,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국민통합을 달성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일방주의'는 시대 흐름과 어긋나
소통과 통합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귀와 마음을 열어야만 한다. 독선과 일방주의식 국정운영은 소통이나 국민통합과 양립할 수 없다. 반대의견과 토론을 국론분열이나 비효율적이라고 치부해서도 안 된다.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 토론이 이뤄지면, 국민은 건설적 비판과 정략적 반대를 분간하고 자신에게 사용하는 잣대와 비판자들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른지도 판단할 수 있다. 우리 경제, 사회의 성숙도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일방주의는 더 이상 효율적인 정부 운영 방식이 아니며 결국 정책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로 이어진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