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북미 관계와 한국의 역할

2013-04-04 10:51:54 게재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이다. 불행하게도 한반도는 한국전쟁전의 긴장이 원점에서 재현되고 있다.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긴장을 사상초유의 수위까지 끌어올리면서 전쟁까지 운운하고 있다. 한국 역시 사상초유의 대응을 하면서 강력한 응징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은 B-52전략폭격기, B-2스피릿폭격기, F-22스텔스전투기, 핵잠수함, 첨단 구축함과 해상 레이더 기지까지 투입하면서 최신무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제 정말 전쟁으로 한판 승부를 가르려는 것일까?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근대사 이후의 동북아질서는 모두 한반도를 진원으로 하는 전쟁을 통해 이루어져왔다.

새로운 질서 구축기에 들어선 동북아가 또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을 통해 새질서를 짜려는 것은 아닐까?

벌써 일각에서는 북한이 통일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도 한다.

왜 한반도는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일까?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그리고 북미관계를 보면 한반도는 구조적으로 바람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대상은 명목상 북한이다. 북한에 대한 한미의 전략과 대응에는 구조적으로 서로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 한국 대북전략의 최고 목표는 통일이다. 햇볕정책이든 봉쇄전략이든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이다.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게 한반도는 아시아 전략을 실현하는 데 힘을 실어주는 본원지이며 입족지지(立足之地 발붙일 자리)이다.

미국은 햇볕정책에 의한 남북관계도 부담스럽지만 북한붕괴를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도 부담이다. 북한이라는 적이 없어지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나아가서 주일미군과 미일동맹도 새로운 적을 설정하지 않으면 존재의 이유가 흐려진다. 결국 북한문제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은 궁극적 목표와 전략이 다를 수 있다.

동북아질서와 한반도 전쟁 관계 깊어

미국의 이러한 목표와 전략으로 인해 북한과 미국관계는 늘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우선 순위에 놓고 수십년 동안 추진해 왔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북한, 미국, 한국의 3자관계에서 북미관계를 적극 이어줄 수 있는 3자는 한국일 수 있지만 남북관계의 특성상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북관계는 형성될 때부터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 하는 제로섬관계였다. 한국전쟁전 남북이 내놓은 평화통일안은 각각 자기가 이겨야 하는 통일방식이었다.

한국전쟁은 열전으로 승부를 가리려 한 제로섬게임이었지만 승부는 갈리지 않았다. 정전 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제네바 국제회의에서도 남과 북은 여전히 자기가 이겨야 하는 '평화통일' 방식을 내놓았다.

그것은 냉전시기 남북한 체제경쟁의 제로섬게임으로 이어졌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불거진 북핵문제 역시 발단은 북미간의 전략충돌에 있지만 뿌리는 이 제로섬게임에 두고 있다.

이 제로섬게임은 냉전이 종식된 후에도 한반도에 냉전구도가 잔존케 하면서 긴장과 완화를 번복하는 패턴을 생성시키고 있다.

지난 5년간 한국의 일각에서 북한 붕괴에 따른 통일을 운운한 것도, 현재 북한이 통일전쟁을 운운하는 것도 모두 제로섬게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근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남북관계가 긴장되면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한미동맹이 강화될수록 남북관계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제로섬게임의 틀을 바꿔야

결국 한미관계, 남북관계, 북미관계라는 3자관계는 한미일 대 북한이라는 냉전구도속에서 갈등과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이 구도를 해소할 해법은 없는 것일까? 이제까지 한미동맹은 북한과 대결만을 위한 존재로 기억되어 왔다. 북한과 대화와 협력에서 한미가 한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것일까? 미국의 전략상 어렵다.

하지만 한국이 나서서 북미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남북간 신뢰를 쌓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이 적극 나서게 되면 한미관계,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바꾸어 나갈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한미관계가 북한과의 대결만 강화하고 남북관계가 계속 제로섬게임으로 나가고 북미관계가 대결로만 나가면 한반도는 계속 전쟁놀음으로 마음을 졸여야 한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 한국의 역할이 유난히 기대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