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환경부, 또 산업계 뒷바라지 하나

2013-04-11 10:55:07 게재

지난 4일 환경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온실가스 예상배출량 전망치(BAU)'룰 8월경까지 재전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이명박 정부 말기 정권 공백기를 틈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킬 수 없다고 한 것을 받아들이고 뒤처리에 나서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명박정부는 녹색성장을 내세우면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세계인들에게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공약사항으로 이 약속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말기, 이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

산업부의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수요관리를 한다고 해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이 아니라(발전부문은 26.7% 감축 목표) 온실가스가 오히려 10% 더 늘어난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전망치 자체가 2011년 국가목표 확정때 보다 19%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 이산화탄소 배출, 2008년 세계 9위에서 2010년 세계 7위

기후변화협약 상 의무감축 대상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기준치를 미래 전망치로 삼지 않는다. 1990년에 배출한 온실가스에 비해 얼마나 줄일 것인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0년에 배출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망치를 기준으로 삼았다. 미래 전망치는 언제나 수정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배출량에 근거하지 않으면 감축목표는 신뢰를 받기 어렵다. 전망치를 부풀려 놓고 감축을 많이 하는 것처럼 꾸밀 수 있게 된다.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네 번째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이 1990년 대비 25~40%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산업화 이후의 온도상승은 섭씨 2.0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최악의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온도상승의 마지노선은 2.0도이다. 선진국들만 아니라 산업화된 나라들도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여야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와 약속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기준으로는 오히려 90% 늘어난 것이다. 2005년 대비 4% 감축 정도에 불과하다. 2020년에 8억1300만톤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해서 이를 30% 감축한 5억 6900만톤을 최종 배출량 목표로 잡았다. 이 배출량을 절대적인 목표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한 단계씩 상승해서 2008년 세계 9위였다가 2010년 세계 7위가 되었다. 2010년 총배출량은 2020년 목표 배출량을 넘어선 6억6900만톤으로 전년 대비 9.8%나 증가했다. 기후변화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는 급증하고 있는 온실가스 증가의 원인에 대해서 제대로 분석하고 비상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냉난방 수요 급증을 온실가스 급증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분석하고 있지만 이는 시민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2011년 기준 전기수요의 53.2%가량을 차지하는 산업계, 26.8%가량을 차지하는 상업용 전기소비가 급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요관리는 실패했지만 제대로 된 평가는 없고 과거의 실패한 전력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절대값으로 못 박아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지키려면 전력정책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2015년을 정점으로 감소로 돌아서는 목표를 잡아야 한다.

환경부는 전망치를 재조정해서 산업부가 저질러놓은 실패한 전력정책을 뒤처리할 것이 아니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절대값으로 못 박아 놓고 2015년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목표로 사회 전반적인 온실가스 감축 행동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